[명강리뷰] 분자 관람 : 공학의 미학 _ by이동환|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7강
화학은 흔히 무언가를 만드는 분자 공학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원자들이 모여 새로운 성질을 나타내는 공간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현재 화학 초록 서비스에 등록된 화학물질은 약 1억 4,300만 개에 달할 정도로 방대합니다. 이처럼 수많은 물질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화학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고 만드는 이유는, 분자가 단순히 평면적인 존재가 아니라 입체적인 구조를 가진 공간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화학은 만드는 학문을 넘어 공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체화학의 핵심은 분자가 평평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탄소 주변에 네 개의 서로 다른 원소가 결합하면 거울에 비친 모습과 실제 모습이 서로 겹쳐지지 않는 비대칭성이 나타나는데, 이를 '키랄성'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왼손과 오른손이 거울상이지만 서로 포개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러한 미세한 구조적 차이는 물질의 성질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며, 생명 현상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화학자들은 이 보이지 않는 공간의 대칭성을 연구하며 물질의 본질에 다가갑니다. 키랄성의 차이는 실생활에서 맛이나 향, 심지어 약효의 차이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의 한쪽 거울상 이성질체는 단맛을 내지만, 그 거울상 이성질체는 쓴맛을 내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겨드랑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특정 분자는 구조에 따라 양파 냄새나 자몽 냄새로 다르게 인식되기도 합니다. 약물의 경우 한쪽은 치유 효과가 있지만 다른 쪽은 독성을 가질 수도 있어, 원하는 거울상 이성질체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은 현대 화학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최근 화학계는 일반적인 화학 결합을 넘어 분자들이 기계적으로 엮인 '분자 기계' 연구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고리가 사슬처럼 연결된 카테네인과 같은 구조는 단순히 원자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금속 이온을 템플릿으로 활용해 분자를 특정 위치에 고정시킨 뒤 연결하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기계적 결합의 합성은 화학자의 설계 능력과 합성 기술이 결합된 정점으로, 분자 수준에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며 노벨 화학상의 영예를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유기합성의 거장 R.B. 우드워드는 복잡한 비타민 B12를 합성하며 화학 합성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습니다. 100명이 넘는 연구자가 13년 동안 매달려 이룬 이 성과는 단순히 물질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화학 법칙을 발견하고 학문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의의가 있었습니다. 화학 합성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자 창의적인 사고를 훈련하는 길입니다. 원자와 원자를 잇는 정교한 작업을 통해 우리는 물질의 세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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