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를 보유한 인류 최대의 입자 물리학 연구 시설입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 드 브로이의 제안으로 설립된 이 연구소는 여러 국가의 협력을 통해 거대 과학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싱크로사이클로트론을 시작으로 슈퍼 양성자 싱크로트론(SPS), 대형 전자 양전자 충돌기(LEP) 등을 거치며 인류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미시 세계를 탐험해 왔습니다. 한국 역시 2006년부터 공식적으로 국제협력 연구에 참여하며 현대 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지식을 알아낼 뿐이며, 그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것은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대중의 몫입니다.
오늘날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월드 와이드 웹(WWW)은 사실 CERN의 방대한 실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1989년 팀 버너스 리는 전 세계에 흩어진 물리학자들이 운영체제의 제한 없이 논문과 그래픽 이미지를 빠르게 교류할 수 있는 문서 소통 툴을 기획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이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포기하고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습니다. 이 선한 영향력 덕분에 웹은 과학계를 넘어 전 인류를 하나로 연결하는 거대한 매개체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CERN이 이룩한 수많은 물리적 업적 중에서도 표준모형의 핵심인 W 보손과 Z 보손의 발견은 역사적으로 가장 눈부신 성과로 꼽힙니다. 우주의 기본 힘 중 하나인 약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이 입자들의 존재는 1930년대 엔리코 페르미의 예측을 시작으로 스티븐 와인버그 등의 이론적 연구를 통해 예견되었습니다. 이론적 예측이 실험보다 훨씬 앞서가던 시기에 과학자들은 이 미지의 입자들을 실제로 검증하기 위해 거대한 가속기를 건설하고 에너지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W와 Z 보손을 발견하기 위해 슈퍼 양성자 싱크로트론(SPS) 가속기를 개조해야 한다는 물리학자 카를로 루비아의 파격적인 제안은 처음에는 많은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에 강한 확신을 가졌던 그는 연구소 측을 끈질기게 설득하여 결국 양성자와 반양성자를 충돌시키는 혁신적인 실험 장치인 Sp̄pS를 가동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1981년 개조된 가속기가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연구진은 마침내 W 보손이 붕괴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 신호를 포착하여 입자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해 보였습니다.
검출기 내부의 와이어 챔버는 자기장 속에서 전기를 띤 입자들의 궤도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아르곤과 헬륨 가스로 가득 찬 공간을 통과하는 입자들이 만들어내는 신호를 분석하여 Z 보손과 W 보손의 질량을 통계적으로 규명해낸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반양성자 빔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스토캐스틱 쿨링' 기술을 개발한 시몬 반 데르 메어와 카를로 루비아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며 입자 물리학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