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미국 서부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깊은 곳에는 '레이스트랙 플라야'라고 불리는 기묘한 지질학적 공간이 존재합니다. 플라야는 사막 지대에서 폭우로 물이 고였다가 뜨거운 열기에 금세 증발하며 형성되는 건조한 호수 바닥을 뜻합니다. 평평하지만 거친 흙바닥으로 이루어진 이곳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닥 위의 돌들이 마치 스스로 살아 움직이듯 긴 궤적을 그리며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돌들의 움직임은 발견된 이래 무려 99년 동안 과학계의 풀리지 않는 거대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신비로운 현상이 처음 학계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15년 금광석 광산을 찾던 조사원에 의해 목격된 이후였습니다. 1948년 지질학자 토머스 매칼리스터와 앨런 배그는 이 돌들이 협곡을 통해 불어오는 강력한 돌풍에 의해 밀려 나가는 것이라는 학설을 제기했습니다. 사막 특유의 강한 바람이 평평한 호수 바닥 위의 돌들을 직접 움직였을 것이라는 주장은 꽤나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 기반의 단순한 가설은 이내 돌들의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며 새로운 의문을 낳게 되었습니다.
1955년 지질학자 조지 스탠리는 돌풍 가설에 결정적인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동한 돌 중에는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무거운 바위들이 포함되어 있어, 바람만으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또한 여러 개의 돌들이 서로 평행하게 줄을 맞추어 이동한 흔적은 돌풍의 불규칙한 흐름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패턴이었습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얼음층의 개입이나 주변 환경의 물리적 상호작용을 증명하기 위해 정밀한 실험 장치와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다각도의 추적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유의미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없었던 이 장기적인 추적 실험을 두고, 당시 한 연구자는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실험일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푼 것은 2010년대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리처드 노리스와 제임스 노리스 연구팀은 플라야 위에 GPS 장치를 탑재한 돌들을 배치하고 간이 기상대를 설치하여 실시간으로 환경 변화를 기록했습니다. 이들은 어느 겨울날, 밤새 얼어붙었던 얼음이 정오의 햇살에 녹아내리며 얇은 얼음판들로 깨지는 현상을 우연히 목격했습니다. 이 미세한 얼음판들이 물 위에 떠서 아주 느리게 미끄러지는 현상이야말로 움직이는 돌들의 숨겨진 열쇠였습니다.
물 위에 넓게 형성된 얇은 얼음판은 비록 약해 보이지만, 광대한 면적이 바람을 받아 이동할 때 엄청난 총량의 물리적 힘을 만들어냅니다. 이 거대한 얼음판의 느린 움직임이 무거운 바위들을 서서히 밀어내며 평행한 이동 궤적을 그렸던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바람에 의해 물이 한쪽으로 쏠리는 세이시 현상이 더해지며 돌들이 주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아주 드문 기후 조건들이 일치하는 찰나의 순간에만 일어나는 이 현상은 99년의 긴 탐구 끝에 마침내 그 물리학적 비밀을 세상에 드러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