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누리는 현대의 전자기기들은 인류 문명의 역사에 비하면 매우 짧은 시간인 지난 150년 동안 급격하게 발전해 온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의 중심에는 전하와 자석에서 비롯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연구하는 학문인 전자기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기를 뜻하는 단어는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의 탈레스가 호박의 정전기 현상을 관찰한 데서 유래했으며, 자석 역시 그리스의 마그네시아 지역에서 발견된 자성 광물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고대인들은 접촉하지 않고도 작용하는 이 신비로운 원거리 힘에 경외감을 느꼈지만, 물체의 성질을 목적론적으로 설명하던 당시의 지배적인 세계관 때문에 학문적으로 깊이 파고들지는 않았습니다.
나침반의 발명이 유럽으로 전파되면서, 악천후 속에서도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된 서양인들은 바야흐로 대항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인간의 이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17세기 초,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길버트는 저서 '자석에 관하여'를 통해 이 보이지 않는 미지의 힘을 최초로 학문적으로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정밀한 실험을 바탕으로 지구 자체가 거대한 자석이라는 혁신적인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호박에서 발생하는 정전기를 연구하며 오늘날 전기를 뜻하는 단어의 시초가 된 '일렉트리쿠스'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길버트의 상세한 실험 기록은 후대 과학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 이를 기점으로 전기학과 자기학이라는 두 분야가 본격적으로 싹트게 되었습니다.
18세기에 접어들어 전기에 대한 체계적인 구분이 시작되었습니다. 스티븐 그레이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고, 프랑스의 뒤페는 실험을 통해 서로 다른 종류의 전기는 잡아당기고 같은 종류끼리는 밀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두 종류의 전기에 각각 플러스와 마이너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든 물질이 원래 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전하 보존의 초기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이로써 정전기는 자석의 극처럼 서로 다른 두 개의 전하로 분리되어 설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전기력의 작용을 인류의 가장 정교한 언어인 수학으로 설명해 낸 인물은 프랑스의 물리학자 샤를 드 쿨롱이었습니다. 그는 비틀림 저울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두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정전기력이 만유인력과 마찬가지로 두 전하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전하량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쿨롱의 법칙으로 불리는 이 수식은 뉴턴의 만유인력 공식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이 발견으로 인류는 자연계의 힘들이 대칭적이고 유사한 규칙을 따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었으며, 전기력 또한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780년대 초, 루이지 갈바니는 개구리 뒷다리 실험을 통해 생명체의 조직이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생체 전기 이론을 주장했습니다. 이에 의문을 품은 알레산드로 볼타는 전기가 생명체가 아닌 서로 다른 금속의 접촉에서 발생함을 증명하며 인류 최초의 화학 전지인 볼타 전지를 발명해 낸 시점이 되었습니다. 볼타 전지의 발명은 일시적인 정전기 연구에 머물던 과학계를 지속적으로 흐르는 전류 연구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이 우연하고도 놀라운 발견은 훗날 전기와 자기라는 서로 다른 두 힘이 어떻게 하나로 연결되는지 밝혀내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