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경상남도 진주시 정촌면의 한적한 농촌 마을이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산업단지 조성 공사 중 우연히 발견된 이곳의 퇴적층에서 엄청난 규모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지표면 아래 약 5미터 두께의 지층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교 교실 6개 넓이에 달하는 면적에서 약 1만 개의 발자국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는 발자국의 양과 밀집도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의 가장 큰 특징은 약 8천 개에 달하는 발자국이 '수각류' 공룡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수각류는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두 발로 걷는 육식 공룡을 의미하며, 세 개의 발가락이 선명하게 찍힌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긴 목을 가진 초식 공룡인 '용각류'는 코끼리 발자국과 유사한 커다란 타원형 흔적을 남깁니다. 이처럼 다양한 공룡들의 발자국이 한곳에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은 당시 생태계가 매우 활발했음을 짐작하게 하며, 중생대 백악기의 생생한 기록을 우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1억 년 전 경상남도 함안층에서는 브론토사우루스의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발자국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공룡 발자국이 화석으로 남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먼저 동물이 젖은 진흙이나 모래를 밟아 자국을 남긴 뒤, 그 땅이 적절히 말라 단단해져야 합니다. 이후 그 위로 새로운 퇴적물이 쌓여 빈 공간을 채우고 오랜 시간이 흐르며 암석으로 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움푹 들어간 형태의 화석을 '몰드'라고 부르며, 덮인 퇴적물이 굳어 볼록하게 튀어나온 형태를 '캐스트'라고 합니다. 이러한 화석들은 주로 호숫가 환경에서 잘 형성되는데, 진주층 역시 과거 거대한 호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약 1억 1천만 년 전 백악기 초기의 진주는 지금보다 훨씬 더운 기후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뜨거운 날씨 덕분에 호숫가에 남겨진 발자국이 빠르게 말라붙어 화석이 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당시 이곳은 긴 목을 가진 용각류들이 평화롭게 거닐고, 그 뒤를 쫓는 수각류 육식 공룡들이 공존하던 역동적인 장소였습니다. 진주층에서 발견된 수많은 화석은 당시의 기후와 지형뿐만 아니라 공룡들의 이동 경로와 행동 양식까지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연구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정촌면 화석 산지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천연기념물 제566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대규모 유적의 특성상 화석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고 현장에서 그대로 보존하는 '현지 보존' 방식이 결정되었습니다. 현재는 방수포로 보호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경화제 처리를 통한 강화 작업과 비바람을 막아줄 보호 시설 건립이 추진될 예정입니다.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백악기 초기 한반도의 생태계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