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강원도 해안가에서 마주하는 현무암은 겉모습과 달리 속은 짙은 색을 띠며 지구의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약 700만 년에서 75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에 형성된 이 암석들은 포유류가 번성하던 시기의 산물입니다. 당시 지구는 매우 온난한 기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화산 활동이 빈번하고 격렬하게 일어났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화산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성층화산의 흔적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귀한 지질학적 자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이곳의 암석 속에는 감람석과 스피넬 같은 광물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마그마가 맨틀 깊숙한 곳에서 올라왔음을 증명합니다. 약 150km라는 엄청난 깊이에서 마그마가 상승하며 맨틀의 물질을 직접 뜯어 지표로 분출한 것입니다. 이렇게 깊은 곳에서 기원한 마그마가 식어 만들어진 현무암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옅은 녹색을 띠는 감람석 알갱이들은 우리가 과학 시간에 배웠던 지구 내부의 비밀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강원도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현무암 주상절리는 평원 지대나 내륙 산간 지역과는 또 다른 독특한 경관을 선사합니다. 해안가에 위치한 주상절리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문 사례로, 기둥 모양의 암석들이 오랜 세월 풍화되며 깎여 나간 모습이 장관을 이룬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오각형 모양의 기둥들이 무너져 내려 바닥에 깔린 모습은 자연의 거대한 힘을 느끼게 합니다.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이 기둥들은 수천만 년의 시간을 견디며 오늘날의 독특한 해안 지형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오래 살아도 100년 남짓이지만, 이런 거대한 지질 구조가 만들어지려면 최소한 수천만 년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능파대 일대에는 바위 표면에 벌집 모양의 구멍이 뚫린 타포니와 길게 파인 그루브 지형이 잘 발달해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수천만 년 이상의 긴 세월 동안 염분과 바람에 의한 풍화 작용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또한 1억 8천만 년 전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화강암을 8천만 년 전 백악기의 암맥이 뚫고 지나간 흔적도 발견됩니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번성하던 시기에 뜨거운 마그마가 기존의 암석을 관입하며 만들어낸 '암맥' 구조는 한반도 지각 변동의 역사를 잘 보여줍니다.
지질학적 경관은 인문학적 요소와도 연결되는데, 벌집 모양의 기묘한 바위들은 예로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영험한 존재로 여겨져 기원제를 지내는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형적으로는 인근 문암천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파도에 밀려 쌓이면서 섬이었던 능파대를 육지와 연결한 '육계도'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하천의 퇴적 작용과 바다의 파랑 작용이 만나 만들어낸 이 육로 역시 오랜 시간의 산물입니다. 이처럼 능파대는 지구의 깊은 속살부터 인류의 문화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박물관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