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화학 산업에서 촉매는 전자 산업의 반도체와 같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리는 촉매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인 활성화 에너지를 낮추어 반응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습니다. 마치 연금술사들이 값싼 금속을 금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했던 '현자의 돌'처럼, 가치 없는 화합물을 유용한 물질로 탈바꿈시키는 마법 같은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촉매는 그 자체로 화학 공정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화학 공정의 90% 이상에서 촉매가 사용되며, 전 세계 GDP의 약 35%가 촉매 관련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기 화학에서 '비대칭성' 혹은 '카이랄성'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는 거울에 비춘 모습이 실제 모습과 겹쳐지지 않는 성질을 의미하며, 우리의 왼손과 오른손의 관계와 같습니다. 겉보기에는 구조가 같아 보이지만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화학적 성질이나 생물학적 반응에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 감미료인 아스파탐은 한쪽은 단맛을 내지만 그 거울상 이성질체는 쓴맛을 냅니다. 이러한 미세한 구조적 차이가 물질의 가치와 용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비대칭 화합물의 선택적 합성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의 비극적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950년대에 출시된 탈리도마이드는 입덧 완화제로 사용되었으나, 그 거울상 이성질체가 태아의 혈관 생성을 방해하여 수많은 기형아를 출생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한쪽은 유익한 약리 작용을 하지만 다른 한쪽은 치명적인 독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은 화학자들에게 큰 경각심을 주었습니다. 이후 인류는 원하는 형태의 거울상 이성질체만을 선택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정교한 도구를 끊임없이 갈구해 왔습니다.
2021년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인 유기 촉매가 등장하기 전까지, 화학계는 주로 금속 촉매와 효소 촉매에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팔라듐이나 백금 같은 금속 촉매는 가격이 매우 비싸고 반응 후 제품에서 분리하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자연에서 얻는 효소 촉매는 친환경적이지만 열에 약하고 유기 용매 환경에서 변형되기 쉬워 대량 생산 공정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이러한 기존 촉매들의 경제적, 환경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이 점차 대두되었습니다.
벤야민 리스트와 데이비드 맥밀런 교수는 '비대칭 유기 촉매'라는 제3의 촉매 분야를 개척하여 화학 합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유기 촉매는 금속을 포함하지 않는 작은 유기 분자로 구성되어 있어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입니다. 무엇보다 복잡한 분자 구조를 가진 의약품 등을 합성할 때 원하는 거울상 이성질체만을 정밀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혁신입니다. 이들의 연구는 화학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가 분자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