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추어 최근 국제도량형총회에서는 31년 만에 새로운 SI 접두어 4종을 채택했습니다. 10의 30제곱을 뜻하는 '퀘타'와 27제곱인 '론나', 그리고 아주 작은 단위를 나타내는 '퀙토'와 '론토'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는 디지털 스토리지와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 폭증하는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자연 현상을 누구나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학이라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때 특정 현상을 숫자로 나타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물리량'입니다. 물리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숫자와 단위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대상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길이, 질량, 시간 등 7가지 기본 물리량을 정의한 국제단위계(SI)를 표준으로 삼아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한 측정값을 공유할 수 있도록 약속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정의와 약속이 없다면 미묘한 측정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결국 나중에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국제단위계를 사용하지만, 미국과 라이베리아, 미얀마는 여전히 야드파운드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일상생활에서 마일, 야드, 인치, 파운드와 같은 단위를 활발하게 사용합니다. 이러한 단위들은 신체 부위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정밀한 측정을 위해서는 결국 미터법을 빌려와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미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린 관습과 교체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미터법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도량형을 통일하는 일은 국가 통치의 근간을 세우는 매우 중요한 과업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이나 진시황과 같은 통치자들이 도량형 정비에 힘쓴 이유는 이것이 국민의 재산 및 세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단위가 통일되지 않으면 부정부패가 발생하기 쉽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됩니다.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유척'이라는 표준 자를 지니고 다녔던 것도 지방 관리가 단위를 속여 백성을 수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엄격한 감시의 일환이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단위의 혼용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과거 NASA의 화성 탐사선이 폭발한 사건은 파운드와 킬로그램이라는 서로 다른 단위를 혼동하여 발생한 대표적인 비극입니다. 이처럼 정밀한 기술이 요구되는 시대일수록 단일화된 국제 표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전 세계가 하나의 약속된 단위를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사고를 방지하고, 인류가 더 높은 수준의 과학적 성취를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