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국립과천과학관에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보물창고인 과학기술사료관이 존재합니다. 이곳은 고지도와 천문도부터 최초의 반도체, 나비 박사 석주명 선생의 유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귀중한 자료들의 집합소입니다. 과학기술사료관은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곳을 넘어, 과거의 혁신이 미래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역사적 가치를 발굴하고 보존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며 우리 과학의 뿌리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2021년 011과 017 등 2세대(2G)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통신 장비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과학관은 인류 정보통신의 역사를 보존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전국 각지에 흩어진 2세대(2G) 장비 수집에 나섰습니다. 특히 대전의 SK텔레콤 인프라 본부에서 기증받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장비들은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기록을 담고 있는 핵심 사료입니다. 철거 직전의 교환기(MSC)와 기지국 장비들을 확보함으로써 우리는 디지털 통신 강국으로 도약했던 당시의 생생한 증거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디지털 방식으로 이동전화 시스템을 운용하는 혁신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도입 당시 기술적 난도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히 이 기술을 선택하여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과거에는 수십 개의 랙을 차지하던 거대한 장비들이 오늘날에는 기술의 압축적 발전을 통해 훨씬 작은 규모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하드웨어의 변화는 우리가 누리는 초고속 통신망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불을 피우기 위해 성냥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하듯, 통신을 위해서는 네트워크 장비와 함께 이를 구현할 단말기가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의 역사는 군사용으로 시작된 카폰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한 휴대전화 국산화 성공에서 본격적인 막을 올렸습니다. 초기 1세대(1G) 통신은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했으나, 2세대(2G)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의 도입으로 전국 어디서나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해지는 1인 1전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후발 주자였던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정보통신기술(ICT)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며, 현재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단말기 생산국이자 5세대(5G) 기술의 선구자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과학관의 역할은 단순히 전시와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과학기술사료를 수집하고 연구하여 국가의 역사를 수호하는 데까지 확장됩니다. 과거의 장비들을 보존하는 것은 단순히 기계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연구자의 땀방울과 도전 정신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처럼, 우리가 서 있는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고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