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역량은 산업적 측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학문적 성취 면에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노벨상은 인류를 위한 지대한 공헌을 기리는 상으로, 단순히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추격형' 연구가 아닌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선도형' 연구에 주어집니다. 즉, 1에서 100을 만드는 최고의 연구보다 0에서 1을 창조하는 최초의 연구가 노벨상의 핵심입니다. 이는 국가적 공헌을 넘어 인류 전체를 위한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노벨 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의 사례는 과학 연구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이들이 발견한 마이크로RNA는 발표 초기 10여 년 동안 학계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연구 자체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호기심을 동력 삼아 묵묵히 길을 걸었습니다. 과학적 성취는 보상이나 명예를 좇는 과정이 아니라, 연구 분야에 대한 순수한 흥미와 몰입이 만들어낸 결실이자 행운과도 같은 보상임을 시사합니다.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기보다 그저 연구 분야가 흥미로워 몰입했을 뿐이며, 그 과정을 함께하는 것 자체가 무척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한국 과학계가 노벨상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해야 합니다. 단순히 앞선 연구를 빠르게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스승의 역할은 제자가 자신의 뒤를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자만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내비게이션이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스승과는 전혀 다른 분야를 개척하며 독자적인 업적을 쌓았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창의적인 연구는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지점에서 탄생하기도 합니다. 최근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이 인공지능과의 융합 연구에 수여된 것처럼, 과학과 인문학 혹은 예술과의 연계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또한 지류가 아닌 본류, 즉 나무의 가지가 아닌 큰 줄기에 해당하는 근본적인 연구에 집중할 때 노벨상의 가능성은 커집니다. 장기간의 몰입을 가능케 하는 호기심과 태도는 문학이나 과학이나 매한가지이며, 이는 연구자가 지녀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노벨상은 과학의 전부가 아니라 거대한 코끼리의 코와 같은 중요한 일부입니다. 한 국가에서 첫 수상자가 나오기 시작하면 일본이나 이스라엘의 사례처럼 연쇄적인 수상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과학자를 존중하고 명예를 인정하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앞선 세대의 지혜를 이어받고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길을 여는 '계왕성 개래학'의 자세로 젊은 과학자들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때, 한국인 노벨상 수상의 꿈은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