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인공지능은 단순히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는 '이카루스의 날개' 같은 기술이 아닙니다. 발전 방향과 사회적 영향력이 고정되지 않은 '열린 기술'이자, 때로는 천재적이고 때로는 멍청한 모습을 보이는 '재기드 인텔리전스(Jagged Intelligence)'의 특성을 지닙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도구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동반자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선택과 실천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공격성을 제어하고 협동 능력을 키우는 '자기 가축화'를 통해 도덕 공동체를 일구어 왔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보다 뛰어난 생존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히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라, 수백 명 규모의 집단을 유지하는 사회적 협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도덕이 생물학적 본성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노력을 통해 완성되었음을 시사합니다.
필립 키처가 제안한 '에티컬 프로젝트(Ethical Project)'의 관점에서 볼 때, 윤리는 고정된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끊임없는 고민의 과정입니다. 그리스어 '에토스'에서 유래한 윤리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하는 바람직함의 기준을 의미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 또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고 어떤 공동체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새롭게 정립해 나가야 할 실천적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우리의 윤리 공동체에 포함할 것인가의 문제는 기술적 숙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등장은 과학 지식 공동체의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과학 연구의 전 과정을 전담한다면 객관적 지식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겠지만, 그것을 진정한 '인간의 과학'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인공지능이 도출한 결과의 원리를 인간이 이해하지 못한 채 그 편리함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지식의 주체성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상실할 위험이 큽니다.
1차 산업혁명 당시 아동 노동을 규제했던 '공장법'이 오히려 기술의 고도화를 이끌어낸 것처럼, 인공지능에 대한 스마트한 규제는 혁신의 저해가 아닌 새로운 진보의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17세기에 '미래(Future)'라는 단어가 동사로 쓰였던 적이 있듯, 인공지능의 미래는 이미 정해진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현재 진행형의 과정입니다. 수동적인 생존 전략을 넘어 인문학적 가치를 반영한 공존의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