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어린 시절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과학자를 꿈꾸곤 합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영화 ‘스타워즈’를 보며 광활한 우주에 대한 경외심을 품었던 기억은 저에게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밤하늘의 무한함 속에서 인간의 존재가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경외감을 넘어 무서움을 주기도 했지만, 그 호기심은 훗날 제가 복잡한 과학의 역사와 원리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만화가가 되는 결정적인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 마주한 과학교육은 정답을 찾아내는 무미건조한 문제 풀이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수십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경직된 교육 과정 속에서 많은 학생이 과학과 멀어지는 현실을 보며 깊은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저는 교사로 근무하며 이러한 교육 방식이 아이들의 열정을 어떻게 식게 만드는지 목격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을 이론이 아닌 사람의 숨결이 담긴 이야기로 풀어낼 새로운 소통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 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 반복적인 실험을 수행하던 일상은 제가 꿈꾸던 탐구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후 IT·게임 업계에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익히고 다시 강원도의 시골 학교 교사로 부임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게임 개발자로서 쌓은 연출 경험과 교실 화이트보드에 낙서를 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던 사소한 경험들은, 과학이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학교 화이트보드에 그리던 낙서는 학생들의 특징을 잡아내는 캐리커처를 넘어 스토리텔링형 시험 문제로 발전했습니다. 과학적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노력은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라는 첫 번째 책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과학자들의 발견 과정을 긴박한 서사로 풀어낸 이 시도는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고, 제가 전문적인 과학 만화가로서의 길을 확신하며 걷게 만든 강력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지식 전달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독자가 과학자의 사고 과정을 함께 따라가는 모험을 하도록 구성하는 것이 과학 만화의 본질입니다.
‘게놈 익스프레스’와 ‘아톰 익스프레스’로 이어지는 작업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 과학자들이 마주했던 고뇌와 논쟁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거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단순히 정보만을 나열하지 않고,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을 빌려 독자들이 발견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간접 체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이는 과학이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지적 탐험임을 알리고자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한 권의 과학 만화가 완성되기까지는 방대한 자료 조사와 고통스러운 창작 과정이 뒤따릅니다. 주제를 완전히 소화해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이를 칸의 연출로 번역하는 콘티 작업은 작품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시대적 고증을 위해 수많은 자료를 검색하고 인물의 표정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과정은, 독자에게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한 작가로서의 필수적인 헌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창작은 고된 작업이지만, 제가 설계한 세계 속에서 독자들이 과학적 발견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과학은 멈춰있는 지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며 진화하는 과정이기에, 저의 이야기도 항상 열려 있는 결말을 지향합니다. 앞으로도 과학이라는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며, 더 많은 이들이 과학의 경이로움을 만화라는 날개를 달고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저의 책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