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최근 네이처 자매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우리가 겪는 이상 기후는 단순한 변덕이 아닌 기후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인 '기후 레짐 시프트'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기후를 깊은 골짜기에 놓인 공에 비유하자면, 평상시에는 약간의 충격에도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강력한 힘이 가해지면 언덕을 넘어 새로운 골짜기로 굴러떨어지게 됩니다. 이처럼 기후가 예전의 상식적인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 새로운 환경에 안착하는 현상을 기후 레짐 시프트라고 부르며, 이는 인류에게 전례 없는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라는 무거운 공을 옆 골짜기로 밀어버리는 결정적인 주범으로 '슈퍼 엘니뇨'가 지목되었습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때 기후 레짐 시프트가 일어날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이 과학적, 확률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특히 바닷물의 온도뿐만 아니라 육지의 지면 온도와 토양 수분에도 큰 영향을 미쳐 전 지구적인 변동 폭을 키우게 됩니다. 이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동해안을 포함한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기후의 기본 틀이 뒤바뀔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기존의 기후가 아닌 다른 기후 레짐으로 바뀌면, 우리가 수십 년간 겪어보지 못했던 온도와 강수량이 나타나며 우리의 삶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슈퍼 엘니뇨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미래 기후 모델링에 따르면, 온난화가 심화된 상태에서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기후 레짐 시프트가 일어날 확률은 현재보다 훨씬 높아집니다. 연구에서 언급된 2%라는 확률은 숫자 자체는 작아 보일 수 있으나, 통계적으로 50년에 한 번은 반드시 기후 시스템이 붕괴 수준의 대격변을 겪게 된다는 경고와 같습니다. 결국 온난화는 기후 시스템의 회복력을 약화시켜 작은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한편, 지구가 더워지는데 왜 겨울철 한파는 더욱 혹독해지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리고 있습니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몇 배나 빠르게 상승하면서 남북 간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어 두던 제트 기류가 약해지면서, 영하 수십 도의 극지방 공기가 한반도와 북미 대륙으로 쉽게 쏟아져 내려오게 됩니다. 즉, 온난화로 인해 기후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겨울은 오히려 극심한 추위가 발생하는 양극단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기후 레짐 시프트가 발생하면 '양의 피드백'이라는 위험한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슈퍼 엘니뇨로 인한 대가뭄이 발생해 토양의 수분이 말라버리면, 증발할 물이 없어 비가 내리지 않고 이는 다시 지면을 더욱 건조하게 만드는 고리를 형성합니다. 결국 한 번 건조해진 땅은 영원히 비가 오지 않는 상태로 고착될 수 있습니다. 슈퍼 엘니뇨와 같은 자연 현상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재앙적인 기후 레짐 시프트로 번지는 것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탄소 배출을 줄여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