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세계적인 과학 잡지 '사이언스'는 창간 125주년을 맞아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들을 선정했습니다. 그중 신경과학 분야에서 주목하는 첫 번째 질문은 의식의 생물학적 기전입니다. 우리가 아침에 깨어나 스스로의 존재와 사회적 위치를 인지하는 과정이 뇌 속의 어떤 시냅스와 신경회로를 통해 이루어지는지는 여전히 거대한 수수께끼입니다. 또한 조현병이나 자폐와 같은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것 역시 현대 과학이 반드시 풀어야 할 중요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정신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유전적 요인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과거에는 정신질환과 유전의 상관관계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으나, 최근 10년 사이 비약적인 과학적 진보를 통해 유전자가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뿐만 아니라, 태아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 또한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여기에 임신 중 감염이나 영양 부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질환의 발생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은 정신질환 연구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과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던 전장 유전체 분석이 이제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졌으며, 이를 통해 2만 5천여 개의 유전자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유전자를 함께 분석하는 '트리오 연구'는 질환의 원인이 유전적인지 혹은 발생 과정에서의 돌연변이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줍니다. 이러한 진단은 임상적 치료뿐만 아니라 가족의 미래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시냅스 공간 속에 만여 개의 단백질이 북적북적하게 모여 있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모습과도 같습니다.
자폐증과 관련된 유전자를 추적한 결과, 현재까지 약 800여 개의 관련 유전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뇌 발달을 조절하거나 시냅스의 기능을 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시냅스는 단순한 신경 전달 통로를 넘어, 그 내부에 1,000종 이상의 단백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거대한 우주와 같습니다. 이 미세한 단위에서 일어나는 오묘한 조합과 조화는 신경 전달의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하며, 여기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 회로 전체의 기능 장애로 이어져 정신질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유전자 이상과 정신질환 증상 사이의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생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을 진행합니다. 특정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결손시킨 생쥐가 사회성 장애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지 관찰함으로써 해당 유전자의 역할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섕크2(Shank2)'라는 시냅스 단백질이 없는 생쥐는 새로운 동료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등 뚜렷한 사회성 장애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연구는 수많은 유전자가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씩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며, 정신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한 필수적인 여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