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정보의 전파 양상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영남대 박한우 교수의 네트워크 분석에 따르면, 트위터상에서 '신천지'나 '대구' 같은 키워드는 폐쇄적인 집단 내에서 반복되는 경향을 보인 반면, 과학 뉴스는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는 강력한 정보원이었습니다. 이는 과학적 사실이 대중의 대화에서 일차적인 소스가 된다는 점을 시사하며, 동시에 잘못된 정보가 섞일 경우 인포데믹의 위험성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언론이 과학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극적인 해석입니다. 최근 항체 유지 기간에 관한 연구에서 4개월간 항체가 유지된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음에도, 일부 매체는 '4개월밖에 안 된다'는 식으로 공포를 조장했습니다. 이는 재감염 이슈와 무리하게 연결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왜곡입니다. 논문의 본질보다는 대중의 불안감을 자극하여 클릭을 유도하려는 상업적 목적이 과학적 사실을 가리는 안타까운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보도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띱니다. 과학적으로는 아직 전파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치명적인 변이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감염성 10배'와 같은 근거 없는 수치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합니다. 이러한 자극적인 뉴스는 네트워크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며 대중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심어줍니다. 뉴스 생산자가 클릭 수라는 이득을 쫓는 구조적 악순환 속에서, 정확한 과학적 근거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인포데믹의 메커니즘이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공포뿐만 아니라 근거 없는 희망을 심어주는 보도도 경계해야 합니다. 국내 치료제 개발 소식 중 '하루 만에 바이러스 사멸'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한 문장짜리 보도자료에 기반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과학 기자로서 데이터를 요청해 확인해보면 보도된 내용만큼의 확실한 근거를 찾기 어려운 사례가 빈번합니다. 정확한 검증 없이 희망적인 메시지만을 대량 양산하는 것은 결국 언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입니다.
신종 감염병의 특성상 초기에는 전문가들조차 정보가 부족하여 혼란을 겪었습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례처럼 유명 인사의 발언과 불완전한 논문이 결합하여 잘못된 복용 사고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입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지식이었을지라도, 경쟁적인 보도 속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많은 논문이 철회되는 과정을 거치며 기자들과 과학자들은 더 정교한 보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과학적 사실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맥락이 거세된 채 자극적인 결과만 강조된다면, 언론은 대중을 정보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해외 사례 중 뉴욕타임스의 '백신 트래커'는 훌륭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모델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일회성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취합하여 대중이 언제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원으로 활용하게 했습니다. 또한 복잡한 바이러스의 원리를 평이한 언어와 정교한 인포그래픽으로 설명하여 대중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우리 언론도 단독 경쟁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가공하고 맥락을 풍성하게 전달하는 정보의 허브 역할을 수행해야 할 시점입니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많으며, 우리는 매일 새로운 반전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과학적 대전환을 넘어 도시 계획, 윤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현상을 보고하는 수준을 넘어, 합리적인 데이터와 증거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연구자와 전달자가 함께 데이터 기반의 소통을 이어갈 때, 우리는 비로소 감염병이라는 거대한 재난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