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리처드 도킨스는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운이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존재할 수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 중 극소수만이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수십만 년 전부터 이어진 1만 세대의 직계 조상 중 단 한 명도 번식에 실패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합니다. 우리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형질을 물려받은 억세게 운 좋은 생존자들의 후손이며, 그 기나긴 생명의 사슬 맨 마지막에 서 있는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본질적으로 선하거나 악하게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경제적 이득이나 공동체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은 수백만 년 전 석기시대 조상들의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연선택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찰스 다윈이 발견한 자연선택의 원리는 유전, 변이, 차별적 성공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일어나는 논리적 귀결이며, 이를 통해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합니다.
우리가 어떤 도구의 전체적인 기능을 알게 되면, 각각의 부분이 왜 하필이면 그렇게 설계되었는지에 대해 비로소 일관된 설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조상들이 직면했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복잡한 연산 장치입니다. 우리는 친구의 표정을 읽거나 언어를 구사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는 공학적으로 보면 천문학적인 연산 능력이 필요한 기적 같은 활동입니다. 일그러진 글자를 보고 알파벳을 맞히는 보안 문자를 로봇은 통과하지 못해도 인간은 0.1초 만에 해냅니다. 이처럼 우리의 심리 기제는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도록 특화되어 진화해 왔습니다.
인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면 농경이 시작된 시점은 12월 31일 오전 6시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364일 동안 수렵채집 생활을 하며 석기시대의 환경에 적응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현대 사회의 환경과 우리의 진화된 심리 기제 사이에는 불협화음이 발생합니다. 과거에는 유리했던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탐닉이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급발진 같은 행동들이 오늘날에는 건강을 해치거나 보복 운전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진화심리학은 단순히 사후 설명을 늘어놓는 사이비 과학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추락 위험을 피하기 위해 높이를 실제보다 더 길게 인식하는 인지 편향이 아래에서 볼 때보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가설은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이처럼 진화적 시각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간의 행동 원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반증 가능한 가설을 제시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간 본성을 진화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쁜 행동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에서 당위를 이끌어내는 '자연주의적 오류'를 경계해야 합니다. 암이나 지진을 연구하는 목적이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듯, 폭력이나 차별의 진화적 근원을 연구하는 이유는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간 본성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바람직하지 않은 본능에 휘둘리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복제본을 남기기 위해 설계된 존재일지 모르지만, 그 유전자의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선택은 우리의 행복이나 도덕성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유전자 전파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성이라는 또 다른 본성을 발휘하여 삶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내세의 구원이 아닌 현세에서 타인의 복지를 증진하고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세속적 인본주의야말로 과학이 제시하는 진정한 삶의 목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