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고은 시인의 시 '눈'에서 묘사되듯, 눈은 본래 우리에게 따스하고 다정한 소식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눈 소식은 폭설과 혹한이라는 위협적인 모습으로 변모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역설적으로 극한의 한파가 찾아오는 것일까요? 이는 마치 북극의 찬 공기를 묶어두던 고무 밴드가 느슨해진 것과 같습니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찬 공기를 가두는 힘이 약해졌고, 그 결과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며 우리에게 매서운 겨울을 선사하게 된 것입니다.
겨울철 이상 한파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지구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극의 공기가 차가워지면 밀도가 높아져 지상에는 고기압이, 상공에는 강력한 저기압이 형성됩니다. 이 저기압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반시계 방향의 제트기류는 북극의 찬 바람이 남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거대한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상승하면 지상의 고기압과 상공의 저기압이 모두 약화됩니다. 결국 팽팽하던 제트기류의 힘이 풀리면서 찬 공기가 특정 지역으로 쏟아져 내려오게 되는 것입니다.
세차게 불던 제트기류가 힘을 잃고 뱀처럼 꿈틀거리며 흐르게 되면, 상공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지역마다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옵니다.
이러한 제트기류의 변화는 겨울철 한파뿐만 아니라 여름철 폭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제트기류의 흐름이 약해지면 기압계의 움직임이 정체되는데, 이로 인해 특정 지역에 고기압이나 저기압이 오래 머물며 극심한 더위나 가뭄을 유발하게 됩니다. 결국 지구온난화에서 시작된 연쇄 반응이 대기 순환을 흔들고, 우리에게 극한의 날씨를 돌려주는 셈입니다. 지구는 마치 살아있는 거대한 유기체처럼 지구온난화라는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북극에서 보내오는 이 심술궂은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