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요약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는 빙하와 온실가스를 통해 지구의 과거와 현재를 연구합니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 동토의 얼음, 심지어 도심의 공기까지 분석하며 온실가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합니다. 특히 빙하 속 공기방울은 눈이 쌓일 당시의 대기 성분을 그대로 간직한 타임캡슐과 같습니다. 연구진은 이 공기를 추출해 과거의 온실가스 농도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기후 변화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2018-19 시즌 남극 라센 빙원 탐사에서는 푸른 빛을 띠는 고대 빙하를 시추했습니다. 이곳은 깊은 곳의 빙하가 표면으로 노출된 지역으로, 약 만 년에서 이만 년 전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넘어가는 시기의 기온 상승 폭을 측정하고, 빙하 표층에서 온실가스가 새롭게 생성되는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현장 연구는 과거의 기후 시스템을 복원하고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데 필수적인 기초 자료가 됩니다.
남극해의 해류 순환이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은 제 연구 인생에서 가장 가슴 벅찬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빙하 내부에서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화학 반응을 발견했습니다. 얼음 속 온실가스가 햇빛이나 자외선의 영향으로 생성되거나 소멸하는 현상을 포착한 것입니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히 지구의 과거를 아는 것을 넘어, 얼음으로 이루어진 외계 행성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해석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이를 재현하며 우주 과학으로 연구 지평을 넓히고 있으며, 이는 미래의 새로운 탐험 영역이 될 것입니다.
남극과 북극의 빙하는 지형적 특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대륙인 남극은 적설량이 적어 최대 80만 년 이상의 오래된 빙하가 보존되어 있지만, 바다 위 그린란드의 빙하는 상대적으로 젊고 먼지가 많습니다. 남극 빙하의 약 10%는 압축된 공기방울로 이루어져 있어, 얼음이 녹을 때 고압의 공기가 톡톡 터져 나오는 독특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물리적 특성은 빙하가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닌 살아있는 기록임을 보여줍니다.
극지 탐험은 영하 50도에 달하는 극한의 환경과 싸우는 과정입니다. 철저한 계획을 세워도 기상 조건에 따라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며, 이러한 의외성이 오히려 새로운 발견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특정 분야에 매몰되기보다 물리, 화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는 사고의 폭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을 찾아 끊임없이 탐구할 때 비로소 창의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