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Q] 엽록체가 있는 진핵세포는 왜 동물로 진화하지 않았을까? | 2019 봄 카오스강연 '기원, 궁극의 질문들' 6강 | 생명의 기원
세포 내 공생은 생명 진화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엽록체나 미토콘드리아의 조상 생명체들은 고세균과 같은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서 외부의 치열한 경쟁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정적인 자원을 제공받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숙주 세포는 이들로부터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상호 이익을 누렸습니다. 이러한 관계는 오징어와 발광 세균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미생물은 숙주로부터 먹이를 얻고 오징어는 미생물이 내는 빛을 이용해 포식자를 피하거나 먹이를 찾으며 공존의 지혜를 발휘합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단 하나의 뿌리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여러 곳에서 시원 세포들이 탄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학계에서는 모든 생명의 공통 조상인 'LUCA' 이전에 첫 번째 조상을 의미하는 'FUCA'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비록 초기에는 다양한 생태계에서 여러 생명 그룹이 출현했겠지만, 환경 적응력과 경쟁 우위를 점한 특정 그룹이 생태계를 주도하면서 나머지는 멸종했을 것입니다. 결국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공통 조상의 후손들인 셈입니다. 흔히 광합성을 하는 생물은 움직이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육상 식물에 국한된 편견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유글레나와 같은 미생물이나 미역의 생식 세포인 유주자는 편모를 이용해 빛을 찾아 활발하게 이동합니다. 바다 민달팽이 역시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빛이 잘 드는 쪽을 찾아 움직이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광합성 생물들이 생존과 번식을 위해 운동성을 유지하며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생명체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엽록체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그 진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남세균에서 유래한 틸라코이드막은 광합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세포 내 공생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겹의 막 구조로 발전했습니다. 1차 공생을 통해 형성된 내막과 외막은 각각 원래의 세균막과 숙주 세포의 세포막에서 기원한 것입니다. 이후 2차, 3차 공생을 거치며 막의 층수가 늘어나는 복잡한 진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는 생명체가 외부 인자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 정교하게 최적화해 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에게 운동성은 생존을 위한 강력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동물은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이동에 사용하는 반면, 육상 식물은 움직임 대신 성장에 집중하여 빛을 더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나무들이 서로 더 높이 자라기 위해 경쟁하거나 층상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움직이지 않고도 최선의 효율을 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결국 운동성의 유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더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각자의 환경에서 선택한 최적의 생활 전략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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