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백민경_AI로 풀어가는 생명의 비밀: 생명은 설계될 수 있을까?|제33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과학 그리고 인공지능"
우리 몸의 수많은 생명 현상은 '단백질'이라는 아주 작은 일꾼들에 의해 조절됩니다. 단백질은 복잡한 3차원 구조를 가지며, 그 형태에 따라 수행하는 기능이 결정됩니다. 계산생물학은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도구를 활용해 이 미세한 분자들의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학문입니다. 단순히 관찰하는 것을 넘어 생명의 핵심 원리를 디지털 공간에서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혁신적인 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원하는 형질의 동식물을 교배하는 '인위 선택'을 통해 생명을 간접적으로 설계해 왔습니다. 이후 DNA가 유전 설계도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존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인 제2세대 설계 시대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연에 존재하는 설계도를 일부 수정하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고칠 수는 있어도 새로운 명작을 처음부터 창작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처럼, 완전한 창작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서열이 엮인 사슬이 특정한 구조로 접히면서 기능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슬이 접힐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나이보다 긴 시간 동안 계산해도 다 확인하지 못할 만큼 방대합니다. 이 '단백질 구조 예측'은 지난 50년간 과학계의 거대한 난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 몸에서는 단 1초도 안 되어 일어나는 이 복잡한 과정의 원리를 규명하는 것은 생명 과학의 근본적인 비밀을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이 난공불락의 문제는 2020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알파폴드와 로제타폴드 같은 AI 모델은 수만 개의 단백질 데이터를 학습하여,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3차원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해 내기 시작했습니다. 실험을 통해 수년이 걸리던 구조 규명을 이제는 클릭 몇 번만으로 단 몇 분 만에 완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는 생명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기술적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조 예측이 가능해지자 이제 우리는 자연에 없는 새로운 단백질을 직접 만드는 '창작'의 단계인 제3세대 설계 시대로 진입했습니다. 특정 바이러스를 무력화하거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등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정의하면, AI가 그에 맞는 구조와 설계도를 제안해 줍니다. 생성형 AI가 그림을 그리듯, 과학자들은 이제 질병 치료나 환경 문제 해결에 필요한 맞춤형 생체 분자를 자유자재로 설계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세포 전체를 컴퓨터 속에 구현하는 '가상 세포' 시뮬레이션인 제4세대 설계가 실현될 전망입니다. 이는 제조업의 '디지털 트윈' 개념을 생명체에 적용하는 것으로, 신약 후보 물질이 세포 내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가상 공간에서 미리 테스트할 수 있게 합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수억 마리에 달하는 동물 실험의 희생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정밀한 맞춤형 의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이끄는 생명 설계 기술은 인류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요구합니다.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난치병을 극복하는 축복이 될 수도,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 그 자체는 방향성을 결정하지 않으며, 오직 인간의 선택만이 그 미래를 결정합니다. 인류 모두를 위한 축복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설계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강연] 백민경_AI로 풀어가는 생명의 비밀: 생명은 설계될 수 있을까?|제33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과학 그리고 인공지능"](https://i.ytimg.com/vi_webp/HF8DoPllwnE/maxresdefault.webp)
![[과학자가 쓴 과학책#12] 백신에 와인까지 만들어내는 합성 생물학! 합성 생물학은 인간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줄까? |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시대 | KAOS X 공원생활 특집](https://i.ytimg.com/vi/jXpe4p-0UMU/maxresdefaul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