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호정_식물도 스트레스 받는다! | 2022 봄 카오스강연 '식물행성(plant planet)'
식물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민감하게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단순히 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의 경제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식물의 생산량이 감소하면 곡물 가격이 폭등하고, 이는 곧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식물의 스트레스 저항성을 연구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50여 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0.9도 상승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작아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농작물 생산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실제로 옥수수와 같은 주요 곡물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폭등하며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기후 변화는 가뭄과 같은 비생물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특정 해충의 급증과 같은 생물적 스트레스까지 유발하여 식물의 생존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식물의 줄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지지와 수송이라는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잎이 광합성에 집중하고 뿌리가 수분과 무기질을 흡수한다면, 줄기는 이들을 연결하며 식물이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줄기 내부의 관다발은 물과 영양분을 이동시키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뿌리와 줄기의 관다발 배치가 다르다는 것인데, 뿌리는 중심부에 모여 있는 반면 줄기는 주변부에 흩어져 있는 구조를 띱니다. 줄기의 관다발이 주변부에 흩어져 있는 구조는 외부 공격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지상부에 노출된 줄기는 초식동물이나 강한 바람 등 다양한 위험에 직면합니다. 만약 관다발이 한곳에 모여 있다면 작은 상처만으로도 수송 기능 전체를 잃을 수 있지만,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있으면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나머지 조직을 통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온 지혜를 보여줍니다. 식물의 지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납니다. 어떤 식물의 종자는 산불이 나야만 비로소 싹을 틔우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는 다른 경쟁 식물들이 불에 타 사라진 뒤, 충분한 자원과 빛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수천 년을 살아가는 식물의 장수 비결 또한 특정 부위에만 존재하는 분열 조직을 통해 끊임없이 세포를 재생하는 정교한 메커니즘 덕분이며, 이는 식물이 결코 단순한 생명체가 아님을 증명합니다. 우리가 고기를 섭취하는 식습관조차 식물 자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려 8kg의 곡물이 필요할 정도로 축산업은 막대한 식물 자원을 소비합니다. 결국 비건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모든 먹거리는 식물로부터 시작되는 셈입니다. 이처럼 식물은 식량 안보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가구의 원목 재료부터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조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대 농업에서 질소 비료는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사용은 심각한 환경 오염을 야기합니다. 식물이 흡수하지 못한 질소 성분은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 녹조 현상과 같은 부영양화를 일으키며 생태계를 파괴합니다. 따라서 식물이 질소를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이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비료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미래 식물 과학의 핵심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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