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강연] 윌리엄 케일린_ 2019 노벨상 수상자|카오스재단 x 고등과학원 '2019 노벨상 해설 강연' | 3강
윌리엄 케일린 교수는 임상 의사로 수련을 받던 중 유전적 결함으로 발생하는 암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는 폰 히펠-린다우 병(VHL)이라는 희귀 질환에 주목했습니다. 이 질환은 뇌나 망막, 척수 등에 비정상적인 혈관 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종양을 유발하며, 신장암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약 3만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단순한 희귀병을 넘어, 우리 몸이 암에 걸리는 근본적인 기전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는 단백질을 만드는 청사진 역할을 합니다. VHL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이 청사진에 잘못된 지시가 담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성됩니다. 30억 개의 염기 중 단 하나만 잘못되어도 단백질의 기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이는 환자에게 생과 사를 가르는 중대한 사안이 됩니다. 이러한 유전적 변이는 암 발생 위험을 비약적으로 높이며 세포의 정상적인 제어 기능을 마비시키게 됩니다. VHL 환자의 종양은 신생 혈관 형성이 매우 활발하여 마치 혈관 덩어리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신체가 너무 많은 적혈구를 생성하게 만드는 독특한 현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는 세포가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소가 부족하다고 착각하여 계속해서 산소 부족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혈관 내피 성장 인자(VEGF)와 에리스로포이에틴 호르몬이 과도하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산소 감지의 핵심은 저산소 유도 인자(HIF)와 VHL 단백질의 상호작용에 있습니다. 산소가 충분할 때 VHL 단백질은 저산소 유도 인자(HIF)를 포착하여 파괴하는 역할을 하지만, 산소가 부족하면 이 과정이 중단되어 HIF가 축적됩니다. 축적된 HIF는 혈관을 더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게 됩니다. 만약 VHL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산소 농도와 상관없이 HIF가 계속 쌓이게 되어, 암세포가 멈추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저산소 유도 인자(HIF)의 특정 아미노산에 산소 원자가 붙는 과정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 메커니즘을 조절하는 억제제는 빈혈 환자의 적혈구 생성을 돕거나, 심장마비 및 뇌졸중 환자의 산소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신장암 치료를 위해 비정상적인 신호를 차단하는 약물들이 개발되어 승인을 받았으며, 이는 다양한 고형암 치료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윌리엄 케일린 교수는 과학 연구에 있어 논리적인 사고 체계와 좋은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실패를 일상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예상치 못한 결과에서 새로운 배움을 얻는 창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알려진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연의 섭리를 밝혀내기 위해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과학의 본질입니다. 이러한 탐구의 즐거움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임할 때 위대한 발견이 뒤따르게 됩니다. 미래의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이라는 결과보다 연구 과정 자체를 사랑할 것을 권합니다. 과학적 발견은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유전자 편집 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엄격한 윤리적 책임감이 요구됩니다. 과학자는 자신이 답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는 합리성을 갖추어야 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 속에서도 본질적인 기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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