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지구의 낯선 미래 : 설국열차 vs 인터스텔라 (2) _ by국종성 | 2017 가을 카오스 강연 '미래과학' 7강 | 7강 ②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는 사실 지구 생태계에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대기가 없다면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지겠지만, 온실효과 덕분에 인류가 살기 적합한 15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며 이 균형이 깨졌다는 점입니다. 온실효과의 효율이 단 10%만 증가해도 지구 기온은 약 3도나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기후 위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현재 우리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이산화탄소 농도 400ppm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농도 증가는 산업 혁명 이후의 인구 급증 및 화석 연료 사용량과 정확히 일치하는 궤적을 보입니다. 특히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미세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 활동의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산소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내뿜는 열대 우림이 파괴되면서 대기의 화학적 조성이 인위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기후 시스템에는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미치는 '피드백' 원리가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변화를 더욱 가속하는 '양의 피드백'은 지구 온난화의 무서운 공범입니다. 지구가 더워지면 우리는 에어컨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이는 다시 에너지 소비를 늘려 온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기후학자들은 이러한 양의 피드백이 온난화를 억제하는 음의 피드백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경고합니다. 이 메커니즘은 이산화탄소가 직접 올리는 온도보다 훨씬 큰 폭의 기온 상승을 유발합니다. 대표적인 양의 피드백으로는 수증기와 알베도 피드백이 있습니다. 기온이 오르면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되는데, 수증기 자체가 강력한 온실가스이기에 온난화는 더욱 심화됩니다. 또한 북극의 해빙이 녹으면 태양 에너지를 반사하던 흰 표면이 사라지고 어두운 바다가 드러나 열 흡수율이 높아지는 알베도 피드백이 발생합니다. 바다 역시 온도가 높아질수록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북극의 열 흡수를 돕는 새로운 피드백을 발견하는 등 여전히 기후 시스템의 복잡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영화 '설국열차'는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인간의 오만이 예상치 못한 피드백을 불러와 빙하기를 초래하는 설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가 기후 시스템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경계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기후 민감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피드백이 미래의 기후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기후 변화에서 가장 두려운 개념은 '티핑 포인트'입니다. 이는 서서히 변하던 시스템이 임계점을 넘는 순간, 작은 충격에도 급격하고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키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마치 탁자 끝에 놓인 컵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지듯, 지구 기후도 현재의 균형을 잃고 전혀 다른 상태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파리 기후 협약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에서 2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 티핑 포인트를 넘지 않기 위한 인류의 마지막 방어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점진적인 기후 변화가 비만이라면, 티핑 포인트를 넘는 급격한 변화는 치명적인 중병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비만은 생활 습관을 바꾸고 다이어트를 통해 개선할 수 있지만, 중병은 회복을 위해 막대한 고통과 희생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지구가 산업화 이전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기보다, 현재의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에너지 소비 패턴과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지구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만을 알고 있다는 겸손한 자세로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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