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지구 시계로 살펴보는 지구와 생명의 대화 | 2017 카오스 콘서트 '지구, 생명, 인간' 1부 | 1부 ③
생명의 역사에서 의식의 출현은 지극히 짧은 순간에 이루어졌습니다. 약 10억 년 전 다세포 생물이 등장한 이후, 6억 년 전 최초의 신경계가 나타나며 비로소 의식의 싹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지구의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오후 9시경에 해당하며,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은 자정 불과 3초 전의 일입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은 뇌를 통해 우주의 역사를 복원할 만큼 고도의 지능을 발달시켰습니다. 움직임이 있는 동물에게서 시작된 신경계의 진화가 결국 자아를 인식하는 복잡한 의식의 세계를 열어준 셈입니다. 지능의 형태는 생명체마다 다양하게 진화해 왔습니다. 가장 오래된 신경계를 가진 해파리는 온몸에 그물처럼 퍼진 신경망을 통해 포식자를 피하고 사냥을 합니다. 반면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은 인간의 중앙집권적 뇌와는 달리 신체 전체에 신경세포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면서도, 쥐나 비둘기보다 많은 신경세포를 보유해 높은 지능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각 생명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신경계를 발달시켜 왔으며, 이는 지능이 단순히 뇌의 크기나 구조에만 국한되지 않는 복합적인 진화의 결과물임을 시사합니다. 인간의 뇌가 유독 거대해진 배경에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에너지 효율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단생활을 하며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협력과 경쟁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뇌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격히 팽창했습니다. 하지만 뇌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조직이기에 무한정 커질 수는 없었습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음식을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 소화 효율이 높아졌고, 여기서 확보된 잉여 에너지가 뇌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즉, 요리하는 습관과 사회성이 오늘날 인간의 지능을 만든 원동력입니다. 현대 과학은 데카르트가 정의한 '생각하는 나'라는 존재 역시 뇌의 작용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자아는 우리가 내린 선택에 의미를 부여하고 경험을 일관되게 해석하도록 돕는 감각이지만, 때로는 불안정하게 흔들리기도 합니다. '걷는 시체 증후군' 환자들처럼 신체와 기억이 온전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사례는 자아가 얼마나 미스터리한 영역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분명히 세상을 보고 느끼고 있음에도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현상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아라는 감각이 뇌가 정교하게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암시합니다.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이 정말 온전한 자유 의지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실험을 통해 증명되듯, 인간의 선택은 주변 환경이나 교묘하게 설계된 '미끼'에 의해 쉽게 유도될 수 있으며, 뇌는 그저 무의식적인 선택을 사후에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자아란 뇌가 복잡한 선택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일종의 추상적인 망상일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여 스스로를 인식하게 될 때, 그들 역시 인간처럼 자아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게 될지 고민해 볼 시점입니다.
![[강연] 지구 시계로 살펴보는 지구와 생명의 대화 | 2017 카오스 콘서트 '지구, 생명, 인간' 1부](https://i.ytimg.com/vi_webp/UnyD2rsmRM4/maxresdefaul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