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자연에 숨어 있는 질서를 찾아서 (2) _ by하승열 | 2018 봄 카오스 강연 ''모든 것의 수數다' 2강 | 2강 ②
평창 동계 올림픽의 화려한 드론 쇼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복잡계 시스템의 집단 현상을 보여주는 정수입니다. 수천 대의 드론이 충돌 없이 정교한 패턴을 만드는 원리는 자연계의 새떼나 물고기 떼의 군집 이동인 '플로킹' 현상에서 기인합니다. 수학자들은 이러한 자연의 움직임을 미분방정식 모델로 변환하여 군집의 규칙성을 설명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초기에는 이론적 증명에 머물렀던 연구들이 이제는 기술과 결합하여 밤하늘을 수놓는 예술적 성취로 실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집단 현상의 또 다른 핵심은 '동기화'입니다. 여러 개의 메트로놈을 움직이는 판 위에 올려두면, 제각각이던 진동수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의 리듬으로 일치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물리학자 구라모토가 제시한 모델은 각 개체의 고유 진동수와 서로를 끌어당기는 결합력의 상관관계를 수학적으로 정의합니다. 결합력이 임의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무질서하게 움직이던 개체들은 마치 기차처럼 정렬된 상태로 나아가며 거대한 질서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러한 동기화 원리는 우리 몸속의 심장 박동에서도 발견됩니다. 심장을 구성하는 수많은 페이스메이커 세포들은 각자 진동하며 활동 전위를 높여가다가, 특정 수치에 도달하면 스스로를 비우고 주변 세포를 자극하는 '발화' 과정을 거칩니다. 수학자 찰스 페스킨은 이를 '인터그레이트 앤 파이어' 모델로 정립하여 심장의 주기적인 박동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개별 세포들의 미세한 상호작용이 모여 생명을 유지하는 일정한 진동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수학적 모델링의 경이로움을 보여줍니다. 동기화의 개념은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 인간의 감정적 교감으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주인공들이 오랜 시간 끝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은, 마치 서로 다른 진동수를 가진 두 존재가 하나의 리듬으로 맞춰가는 시뮬레이션과 같습니다. 비록 완벽한 동기화가 때로는 깨지기도 하지만, 서로의 활동 전위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은 복잡계 이론이 인간관계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논의할 주제는 혼돈, 즉 '카오스'입니다. 19세기 말 스웨덴 국왕 오스카 2세가 내건 태양계 안정성 공모는 현대 카오스 이론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는 태양과 지구, 그리고 작은 행성이라는 세 물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시스템의 예측 불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뉴턴의 이체 문제처럼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복잡한 역학 관계가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질서 정연해 보이는 우주 이면에는 미세한 변화가 거대한 차이를 만드는 카오스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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