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 너의 정체는? (3) _ 정종경 교수 | 2017 봄 카오스 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7강 | 7강 ③
우리 몸은 에너지가 넘치거나 부족할 때 이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음식을 섭취해 혈당이 올라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어 에너지를 저장하도록 유도하고, 반대로 굶주린 상태에서는 글루카곤이 분비되어 저장된 에너지를 다시 꺼내 쓰게 만듭니다. 이러한 조절은 개체뿐만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도 세밀하게 일어납니다. 세포 내 에너지 화폐인 ATP가 소모되어 AMP가 많아지면, 세포는 이를 심각한 에너지 부족 신호로 인식합니다. 이때 활성화되는 특정 신호 전달 물질은 단백질 합성이나 DNA 복제처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작업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세포의 생존을 도모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양한 영양소 중 포도당이 주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이유는 그 효율성과 운반의 용이성 때문입니다.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고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며, 지방은 에너지 밀도는 높지만 물에 잘 녹지 않아 혈액을 통한 운반이 까다롭습니다. 반면 포도당은 수용성이라 몸 구석구석 전달되기 쉽고, 특히 우리 뇌는 포도당만을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에 그 중요성이 매우 큽니다. 또한 산소가 부족한 극한의 상황에서도 젖산 발효를 통해 즉각적으로 ATP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어 생명체의 생존 전략에 가장 적합한 연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에너지 대사 방식을 보입니다. 산소가 충분한 상황에서도 미토콘드리아를 통한 효율적인 호흡 대신, 세포질에서 포도당을 분해하는 해당 작용에 주로 의존하는데 이를 '바르부르크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는 에너지 생산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이지만, 세포 분열에 필수적인 DNA나 단백질, 지방의 원료가 되는 중간 산물들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적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의학적으로 이용한 것이 PET-CT 검사입니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붙은 포도당을 주입하면 암세포가 이를 과도하게 흡수하는 것을 포착하여 종양의 위치와 전이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운동 시 에너지가 소비되는 과정은 강도와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단거리 달리기처럼 폭발적인 힘을 쓰는 운동은 산소가 부족해 젖산 발효가 일어나지만,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지속하면 미토콘드리아가 본격적으로 가동됩니다. 운동 시작 후 약 30분까지는 포도당과 글리코겐을 주로 사용하며, 그 이후부터 효율이 높은 지방을 본격적으로 태우기 시작합니다. 한편 운동 직후 아미노산을 섭취하는 것은 근육 성장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강한 운동으로 미세하게 손상된 근육 조직에 아미노산이 공급되면, 이는 단순한 영양 보충을 넘어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호탄 역할을 하여 근육의 회복과 발달을 돕기 때문입니다. 세포 내 발전소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는 그 구조와 기능 면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좁은 막 사이 공간에서 수소 이온의 농도 차이를 이용해 ATP를 합성하는 방식은 거대한 세포막 전체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또한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유해한 활성산소가 세포 전체로 퍼져 독성 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내부에서 이를 제거하는 방어 체계도 철저히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신경 세포처럼 긴 돌기를 가진 세포는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말단 부위로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이동시켜 필요한 곳에서 즉시 에너지를 생산하는 유연한 공급 전략을 구사합니다. 미토콘드리아의 기원과 유전 방식은 생명 과학이 풀어가는 흥미로운 신비 중 하나입니다. 자체적인 DNA와 리보솜을 가지고 세균과 유사한 유전자 구조를 띠는 점은 과거 독립된 생명체였던 세균이 세포 안으로 들어와 공생하게 되었다는 '세포 내 공생설'의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는 주로 어머니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모계 유전'의 특징을 보입니다. 수정 과정에서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에 의해 자가포식으로 철저히 제거되는데, 이는 운동 과정에서 혹사당해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큰 부계의 미토콘드리아를 배제하고 가장 건강한 상태의 유전 정보를 자손에게 물려주려는 생명체의 정교한 생존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노화와 수명의 문제는 에너지 대사의 조절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적게 먹는 '소식'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초파리부터 영장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과도한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의 피해를 줄이고, 세포 내 자가포식을 활성화하여 노후된 세포 소기관을 정비하는 것이 노화를 늦추는 핵심 기전입니다. 최근에는 인슐린 신호 전달 체계를 조절하여 수명을 연장하려는 라파마이신 같은 약물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의 부작용을 고려할 때, 영양 불균형이 없는 적절한 식단 조절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강연]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 너의 정체는? (3) _ 정종경 교수 | 2017 봄 카오스 강연 '물질에서 생명으로' 7강](https://i.ytimg.com/vi_webp/Ctq2qbvPgmY/maxresdefaul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