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인터뷰] 김승섭_ '아프다'라고 말하는 것에도 권력이 필요하다
사회역학은 인간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 고용 불안, 차별, 낙인과 같은 사회적 요인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이태원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낙인과 차별로 인해 사람들이 검진을 기피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신종 감염병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두려움 없이 검진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결국 인권은 방역의 걸림돌이 아니라,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 없는 검진 환경이 보장될 때 비로소 공동체의 안전도 지켜질 수 있습니다. 재난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소득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었으며,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게 재난은 더욱 가혹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고용 불안을 겪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두려워해야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조차 권력의 유무에 따라 차등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뼈아픈 단면입니다. 이러한 건강 불평등의 심화는 우리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입니다. 차별은 영어로 '디스크리미네이션(Discrimination)'이며, 이는 곧 부당한 대우를 의미합니다. 타인의 출신이나 정체성을 이유로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지극히 당연한 원칙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그동안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소수자들의 삶을 보호하고, 그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집단을 옹호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정한 대우는 민주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기업의 경영자나 공직자 중에는 성소수자임을 밝히고도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소수자들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낙인에 맞서 싸우느라 정작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에너지를 소진하곤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차별로 인해 누군가의 삶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손실을 넘어 사회 전체의 비극입니다. 소수자들이 자신을 긍정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와 공동체의 역할이며, 이는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높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느끼는 윤리적 고민도 깊습니다. 타인의 비참한 현실을 기록함으로써 연구자가 명성을 얻는 상황은 늘 경계해야 할 지점입니다. 진정한 연구는 단순히 통계 수치를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구 대상과의 깊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낼 때 가치를 지닙니다. 타인의 상처를 글로 옮길 때 지켜야 할 윤리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하며, 연구의 토대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보다 나은 연구를 위해 삶의 시간을 어떻게 배치하고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곧 학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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