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Q] 연료전지가 궁극적 친환경 전지가 될 수 있을까? | 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4강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입니다. 화학의 세계에는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궁금증이 널려 있으며, 연구자는 주변에 산재한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때로는 무엇이 세상을 바꿀지 미리 알 수 없기에, 장님 문고리 잡듯 순수하게 마음이 끌리는 대로 연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창발성이 나타납니다. 수많은 연구자가 각자의 호기심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주변의 분자 수만큼이나 다양한 새로운 발견이 튀어나올 확률은 무궁무진합니다. 오늘날 전기화학은 주로 공학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지며, 이차전지나 태양 전지, 센서 연구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자연과학으로서의 전기화학은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효율 개선을 넘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근본적인 원리를 탐구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미래의 전기화학은 뇌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나 예상치 못한 열역학적 관점 등 전혀 새로운 영역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이러한 기초적인 탐구는 결국 다시 공학에 파급되어 혁신적인 기술의 토대가 됩니다. 인간의 뇌는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존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뇌는 복잡한 계산보다는 패턴 인식과 연상에 특화되어 있으며, 이온과 양성자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제어하며 작동합니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물속에서 작동하는 이온 기반의 장치를 구현할 수 있다면, 현재의 컴퓨팅과는 차원이 다른 지능형 장치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 인간의 의식에 접근하는 새로운 기술적 도약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화학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는 전자기의 세계와 생체의 세계를 잇는 계면을 다루는 것입니다. 로봇 팔을 제어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이 계면을 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의지대로 외부 장치를 움직이거나 생체 신호를 완벽하게 주고받기 위해서는 두 세계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정교한 인터페이스가 필요합니다. 이 계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연구하는 전기화학은 노화나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미래 사회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최근 전기화학에서 가장 빠르게 확장되는 분야는 자연계의 촉매를 활용하는 바이오 전기화학입니다. 자연계의 효소는 상온에서도 완벽하게 작동하는 정교한 기계적 구조를 갖추고 있어 인간이 만든 어떤 촉매보다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체 촉매를 인공적인 전극 위에 올려놓으면 그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생체 내 환경에 최적화된 단백질 구조가 오히려 전자 전달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의 원리를 모사하거나 새로운 타협점을 찾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생체 시스템과 달리 우리가 만드는 전기화학 장치는 스스로 부산물을 제거하거나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이 부족한 죽어 있는 시스템입니다. 혈당 센서처럼 일회성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효소의 효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수명과 효율의 한계가 뚜렷합니다. 생명체처럼 저렴하게 촉매를 교체하거나 유지할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생체 촉매의 강력한 성능을 인공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이식할 수 있을지가 현대 과학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 경제 역시 현재는 냉정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물을 전기분해하기보다 화석 연료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며,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수전해 방식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연료전지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기술이라 불리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전기화학적 효율을 극대화하여 경제성 있는 수전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탄소 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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