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우리 뇌를 흉내 낸 알파고 by감동근 | 2016 가을 카오스 콘서트 '뇌 vs AI' 3부 | 3부 ①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에게 패배한 사건은 인공지능 역사의 상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물리학을 공부하던 한 학생은 이 대결을 지켜보며 인공지능 개발이라는 새로운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딥블루의 승리는 단순히 기계의 승리를 넘어,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지적 영역에 컴퓨터가 발을 들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후 인공지능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인간의 언어와 복잡한 규칙을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IBM의 또 다른 인공지능 왓슨은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챔피언들을 압도하며 자연어 처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는 맥락에 따라 의미가 변하고 은유나 상징이 가득하여 컴퓨터가 이해하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왓슨은 문학적 비유를 파악하고 복잡한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분석해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한 데이터 검색을 넘어, 인간의 사고 체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이해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은 인공지능의 패러다임을 다시 한번 바꾸어 놓았습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아 무차별 탐색으로는 정복이 불가능한 영역이었습니다. 알파고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확률적 접근법인 몬테카를로 방법과 인간의 뇌를 모사한 딥러닝 기술을 결합했습니다. 특히 수많은 기보를 학습하고 스스로 대국하며 실력을 키우는 강화 학습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과 유사한 판단력을 갖추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간의 직관과 기계의 계산력이 충돌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직관을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직관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일지도 모릅니다. 알파고는 학습하지 않은 생소한 상황에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기도 했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인간의 창의성을 뛰어넘는 행마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는 지능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우리는 새로운 준비가 필요합니다. 체스의 사례에서 보듯, 기계는 이미 특정 영역에서 인간보다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유연성과 겸손함입니다. 내가 항상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미래 세대에게는 정해진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인공지능을 도구 삼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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