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 리뷰] 우리는 빛을 어떻게 인지할까? - 빛의 인식 by 최철희ㅣ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3강
투명인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는 역설적으로 세상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시각의 기본 원리는 빛을 흡수하여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인데, 투명하다는 것은 빛이 아무런 방해 없이 몸을 통과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눈은 카메라처럼 암실 구조를 갖추고 있어 정면에서 들어오는 빛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만약 투명인간의 눈에 이러한 차단막이 없다면, 사방에서 들어오는 빛이 망막에 뒤섞여 상을 맺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빛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빛을 가두고 흡수할 수 있는 불투명한 존재가 되어야만 시각 형성이 가능해집니다. 전자기파의 넓은 스펙트럼 중에서 인간이 가시광선만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지구 환경과 에너지의 적절성 때문입니다. 태양에서 방출되어 지구 대기를 통과해 지표면에 도달하는 빛의 대부분이 가시광선 영역이기에, 생명체는 가장 풍부한 재료를 활용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또한 가시광선은 분자의 화학적 구조를 변화시키기에 딱 적당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적외선은 에너지가 너무 약해 화학적 변화 대신 열을 발생시키는 데 그치고, 자외선 이상의 고에너지 빛은 세포를 파괴하거나 이온화시켜 생체 조직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빛을 감지하는 과정의 핵심은 '레티날'이라는 화학 물질의 변형에 있습니다. 비타민 A의 유도체인 레티날은 평소 굽어 있는 형태를 유지하다가 빛 에너지를 받으면 팔을 쭉 펴는 것처럼 구조가 바뀝니다. 이러한 미세한 분자적 변화가 '옵신'이라는 단백질에 전달되어 신경 신호를 생성하게 됩니다. 당근에 풍부한 비타민 A가 눈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매우 타당한 셈입니다. 결국 시각이란 외부의 빛 에너지를 우리 몸이 이해할 수 있는 화학적, 전기적 신호로 번역하는 정교한 광화학 반응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망막에는 어두운 곳에서 형태를 인식하는 간상세포와 밝은 곳에서 색을 구별하는 원추세포가 존재합니다. 특히 원추세포는 빨강, 초록, 파랑의 세 가지 빛에 반응하여 이들의 조합을 통해 수만 가지 색상을 만들어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세포들의 분포입니다. 색을 감지하는 세포들은 주로 망막의 중심부에 밀집되어 있어 우리가 사물을 정확히 응시할 때만 선명한 색상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주변부에는 간상세포가 많아 밤에는 곁눈질로 보아야 물체를 더 잘 인식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 눈이 환경에 맞춰 최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생명체의 시각 능력은 생존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르게 진화해 왔습니다. 과거 포유류는 공룡을 피해 야행성 생활을 하며 색 인지 능력을 일부 상실했으나, 영장류로 진화하며 잘 익은 열매를 찾기 위해 다시 삼색형 색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면 갯가재의 일종인 맨티스 쉬림프는 무려 12가지의 색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다채로운 세상을 봅니다. 심지어 이들은 빛의 편광 상태까지 파악하여 투명한 먹잇감을 사냥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각은 단순히 빛을 보는 것을 넘어, 각 생명체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선택한 독특한 창문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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