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길주_식물의 씨는 시간을 계산한다?! | 2022 봄 카오스강연 '식물행성(plant planet)'
식물은 눈이나 귀가 없지만 주변 환경을 정교하게 인식하며 살아갑니다. KAIST 최길주 교수는 식물이 빛을 어떻게 인지하고 반응하는지를 연구하며 식물의 생존 전략을 탐구합니다. 식물은 옆에 다른 식물이 있는지, 혹은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지를 빛의 조건을 통해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숲속의 소나무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옆으로 퍼지기보다 위로 길게 자라는 선택을 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식물 내부에 존재하는 '피토크롬'이라는 광수용체 덕분에 가능하며, 이를 통해 식물은 최적의 성장 방향을 결정합니다. 많은 식물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빛을 필요로 합니다. 땅속 깊은 곳에 묻힌 씨앗은 빛이 닿지 않아 발아하지 않고 휴면 상태를 유지하지만, 홍수로 흙이 뒤집히거나 적절한 깊이에 위치하게 되면 빛을 감지해 생명 활동을 시작합니다. 이는 잡초가 농경지에서 갑자기 무성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식물마다 발아 속도가 다른데, 배가 잘 발달한 무나 배추는 금방 싹이 트는 반면, 당근이나 인삼처럼 미숙한 상태의 씨앗은 충분한 발달 시간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식물의 생명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끈질기고 경이롭습니다. '부처손'이라 불리는 식물은 수분이 전혀 없는 극한의 건조 상태에서도 바스라질 듯 견디다가, 물을 만나면 다시 푸르게 살아나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줍니다. 씨앗의 수명 또한 놀라워서 고려시대 연꽃 씨앗이 수백 년 만에 꽃을 피우기도 하고, 시베리아에서는 무려 13,000년 전의 씨앗이 발아에 성공한 사례도 있습니다. 수천 년을 사는 브리슬콘 소나무처럼 식물은 개체 혹은 클론의 형태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시간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흔히 식물이라고 부르는 범주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구분을 가집니다. 이끼나 고사리, 꽃을 피우는 육상 식물은 좁은 의미의 식물에 해당하며, 바닷속 김과 같은 녹조류나 홍조류도 넓은 의미의 식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미역은 식물학적으로 식물이 아닙니다. 이는 세포 내 엽록체가 형성된 기원이 다르기 때문인데, 남세균이 직접 세포 안으로 들어온 1차 내부 공생을 거친 것만 식물로 인정합니다. 미역처럼 이미 공생이 일어난 세포를 다시 먹어 형성된 계통은 식물과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식물 연구는 단순히 자연을 관찰하는 것을 넘어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활동입니다. 벼, 밀, 옥수수와 같은 작물은 인류 생존의 근간이며, 이들에 대한 이해는 곧 우리 문명의 유지와 직결됩니다. 식물은 물, 공기, 빛이라는 필수 조건 외에도 '시간'이라는 요소를 정교하게 계산합니다. 어떤 씨앗은 수확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만 발아하는 특성을 지니는데, 이는 죽은 듯 보이는 씨앗 내부에서 끊임없이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식물의 신비로운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생명의 본질에 다가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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