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리뷰] 화학반응의 바늘과 실: 전자와 양성자 _ by정택동|2018 가을 카오스 강연 '화학의 미스터리, CheMystery' 4강
나치 독일 시절, 게르만 민족 우월주의를 내세운 히틀러는 유대인 과학자들의 노벨상 수상을 탐탁지 않게 여겼습니다. 결국 노벨상 메달을 몰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물리학자 막스 폰 라우에와 제임스 프랑크의 메달을 보관하던 닐스 보어 연구소는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때 헝가리 출신의 화학자 헤베시는 화학적 지식을 활용해 메달을 지키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금의 형태를 완전히 없애 독일군의 눈을 피하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과학 역사에 남을 흥미로운 일화가 되었습니다. 헤베시가 선택한 방법은 금을 액체 상태로 녹여 보관하는 것이었습니다. 금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귀금속이라 일반적인 용액에는 녹지 않지만, 염산과 질산을 섞은 '왕수'에는 녹습니다. 그는 세 개의 노벨상 메달을 왕수에 녹여 평범한 용액처럼 보이게 만든 뒤 선반에 두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는 용액 속에 숨어있던 금을 다시 금속 형태로 되돌려 놓았습니다. 이는 원소 자체가 사라지거나 변하지 않는다는 화학적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금이 왕수에 녹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전자를 잃는 '산화' 반응입니다. 질산이 금에서 전자를 빼앗으면, 염산의 염화 이온이 이온화된 금을 둘러싸 안정화합니다. 반대로 전자를 다시 얻으면 원래의 금속으로 돌아오는 '환원'이 일어납니다. 화학에서 산화와 환원은 항상 동시에 발생하며, 이는 전자의 이동을 통해 물질의 성질이 변하는 핵심 원리입니다. 화학자들은 눈에 보이는 형태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전자의 흐름과 본질적인 변환에 주목하며 물질의 세계를 이해합니다. 전자의 이동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양성자의 역할입니다. 우리 주변의 산과 염기는 양성자의 이동에 의해 결정됩니다. 물 분자 사이에서 양성자가 오가며 산성이나 염기성을 띠게 되는데, 양성자를 내놓기 쉬우면 산성, 받기 쉬우면 염기성이라 부릅니다. 흥미롭게도 양성자를 받기 쉬운 염기는 전자가 풍부한 특성을 가집니다. 이처럼 전자와 양성자는 마치 바늘과 실처럼 서로 협력하며 자연계의 수많은 놀라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주인공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전자와 양성자의 협업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광합성입니다. 식물은 태양빛을 흡수해 전자를 들뜨게 만들고, 이 에너지를 이용해 물에서 전자를 빼앗아 산소를 배출합니다. 이때 이동하는 전자는 양성자를 끌어당겨 막 안팎의 농도 차이를 만듭니다. 이 농도 차이가 마치 수력 발전처럼 에너지를 생성하여 생명 활동의 에너지 화폐인 ATP를 만들어냅니다. 식물은 이 과정을 통해 매년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고정하며 지구의 에너지 순환을 책임지는 거대한 화학 공장 역할을 합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양초가 타는 과정을 통해 화학적 산화의 본질을 설명했습니다. 양초의 유기물이 산소와 결합하며 전자를 주고받는 과정은 우리 몸이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원리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다만 양초는 열을 내며 타오르고, 생명체는 정교한 구조를 통해 뜨겁지 않게 에너지를 추출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전기화학은 바로 이러한 전자의 흐름을 정교하게 제어하고 측정하여, 화학 에너지를 깨끗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려는 학문적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과학의 큰 숙제 중 하나는 수소 자동차와 같은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생명체는 효소를 통해 산소 환원 반응을 완벽하게 수행하지만, 인공적인 장치에서는 여전히 백금과 같은 고가의 촉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백금을 대체할 최적의 물질을 찾는 것은 여전히 과학계의 '성배'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전자와 양성자의 상호작용을 더 깊이 이해한다면, 우리는 언젠가 가장 효율적이고 깨끗한 에너지를 얻는 길을 찾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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