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호정_땅속 미생물이 인간이 배출하는 CO2의 5배 이상 배출한다? | 2022 봄 카오스강연 '식물행성(plant planet)'
흙 속 미생물과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생태학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식물 중 하나는 '스파그넘'이라 불리는 물이끼입니다. 이 식물은 화려한 꽃도 없고 성장 속도도 매우 느리지만, 죽은 뒤에도 잘 썩지 않고 땅속에 층층이 쌓이는 독특한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로 춥고 축축한 북미나 시베리아 지역에 분포하며,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 탄소를 장기간 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인 탄소 저장고로서 물이끼의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지표면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하는 습지는 지구 생태계의 거대한 스펀지와 같습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물을 머금어 홍수를 예방하고, 가뭄 시에는 저장했던 물을 조금씩 내보내 피해를 줄이는 조절 능력을 발휘합니다. 또한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자, 전 지구적인 탄소 저장고로서 인류 문명사적으로도 막대한 가치를 지닙니다. 철새들이 긴 여정 중에 쉬어가는 기착지 역할까지 수행하며 지구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땅속 미생물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어 탄소 분해를 가속화합니다. 이는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강수량 변화에 따른 미생물 구성의 변화는 환경에 또 다른 연쇄 반응을 일으킵니다. 특히 미생물이 매년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인류가 화석 연료를 태워 발생하는 양의 5배가 넘습니다. 메탄이나 아산화질소 같은 강력한 온실기체 발생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미생물 연구는 기후 위기 해결의 열쇠가 됩니다. 생태학은 실험실 안의 분석을 넘어 자연 그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야외 조사지에서 장기간 생태계의 변화를 관찰하고, 때로는 인위적으로 온도를 높이거나 이산화탄소를 살포하여 미래 환경을 모사하는 조작 실험을 수행합니다. 현장 조사와 실험실 분석,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통계학적 방법론이 결합된 융합적인 성격을 띱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우리는 기후 변화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식물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땅속에는 그만큼 거대한 뿌리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뿌리는 단순히 식물을 지지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을 넘어, 주변 미생물 및 다른 식물들과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나무들은 균류를 매개로 화학적 정보를 주고받으며 서로 소통하고 자원을 공유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초록빛 잎사귀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주목할 때 식물의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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