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임 _ 새의 날개와 비행의 신비 | 2022 '진화가 필요한 순간'
생명체의 비행과 도약은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쳐 만들어진 정교한 적응의 산물입니다. 새가 공중을 날고 물고기가 바다를 헤엄치는 것은 기계가 작동하는 원리와 유사한 환경적 제약을 공유합니다. 유체와의 상호작용을 연구할 때 생물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기계공학적 도구를 활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날개와 같은 복잡한 구조는 단 한 번의 돌연변이로 탄생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변이가 누적되고 자연선택을 거치며 비로소 환경에 최적화된 비행이라는 놀라운 능력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새와 곤충은 모두 하늘을 날지만 그 진화적 기원은 완전히 다릅니다. 곤충의 날개는 다리를 둘러싼 조직의 일부가 변형된 것이라면, 새의 날개는 척추동물의 앞다리가 진화한 결과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조상으로부터 출발했음에도 비행이라는 동일한 해결책에 도달한 것은 진화의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곤충의 날개가 네 개라고 해서 새보다 비행 능력이 우월한 것은 아니며, 각자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충분한 양력과 조종력을 확보할 수 있는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구축해 온 것입니다. 비행기와 새의 날개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고정된 형태를 가진 비행기 날개와 달리, 새의 날개는 위아래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유동적인 구조를 가집니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새는 이륙 시 다리로 지면을 차고 오르는 동시에 날갯짓으로 방향과 힘을 정밀하게 제어합니다. 특히 알바트로스처럼 날개가 뾰족한 새들은 까치와 달리 도움닫기가 필수적인데, 이는 종마다 신체 구조에 맞춰 비행 방식이 최적화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진화은 흔히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나아가는 일정한 방향성이 있다고 오해받곤 하지만, 실제로는 예측 불가능한 과정에 가깝습니다. 생명체의 형질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조건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을 따릅니다. 우리가 생체모방공학을 통해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슷한 환경에 놓인 생명체들이 공통으로 도출해낸 효율적인 해결책을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기계 설계에 있어 보다 혁신적이고 실질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새의 비행은 본능과 학습, 그리고 물리적 법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비행을 위한 근육과 골격은 타고나지만,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날개를 어떻게 움직일지는 경험을 통해 습득됩니다. 특히 까치의 비행을 관찰하면 깃털 하나하나가 공기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휘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새가 의도적으로 깃털을 구부리는 것이 아니라, 깃털의 재질과 공기역학적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움직임이야말로 생태계가 빚어낸 가장 경이로운 예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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