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명종대왕을 반성케 한 지진 (2) _ 홍태경 교수 | 2016 가을 카오스 강연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5강 | 5강 ②
지진은 지각에 에너지가 축적되었다가 땅이 견딜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을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에너지는 주로 판과 판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축적되는데, 판의 이동 속도는 수천 년 동안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열도 앞바다의 태평양판은 매년 약 10cm씩 이동하며 일정한 에너지를 축적합니다. 마치 정해진 금액을 저금하여 물건을 사는 것처럼, 지진 역시 에너지가 축적되는 시간이 일정하기에 주기성을 띠게 됩니다. 특히 지각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단층을 중심으로 반복적인 파쇄가 일어나는 것이 지진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지진을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지표 변형, 미소 지진, 라돈 가스 배출 등 다양한 전조 현상을 연구해 왔습니다. 역사적으로 1975년 중국 하이청 지진은 전조 현상을 포착해 대피 명령을 내림으로써 수많은 생명을 구한 유일한 성공 사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 발생한 탕산 지진에서는 아무런 징후를 알아차리지 못해 수십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는 지진 예지가 얼마나 정교하고 어려운 영역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과학적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발생 시점을 맞추는 것은 여전히 현대 과학의 거대한 도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샌앤드레아스 단층에 위치한 파크필드 지역은 지진의 규칙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곳에서는 규모 6 수준의 지진이 매우 일정한 간격으로 발생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비록 특정 시기를 예측한 논문의 예보보다 실제 지진이 십여 년 늦게 발생하기는 했으나, 지질학적 관점에서는 이를 실패로만 보지 않습니다. 46억 년이라는 지구의 역사 속에서 수십 년의 오차는 매우 정밀한 수준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지진 예지는 단순히 1분 1초를 맞추는 게임이 아니라, 거대한 지구의 호흡 속에서 그 흐름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는 판 내부 환경에 위치하여 주로 지하 5km에서 15km 사이의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합니다. 진원이 얕으면 에너지가 지표로 직접 전달되어 규모에 비해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 내 응력 불균형이 가속화되면서 지진 발생 빈도가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진 발생 주기가 수백 년으로 길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위험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이는 오히려 대비를 소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관측 장비의 발달로 기록되는 지진 횟수는 늘었으나, 이는 실제 지진이 많아진 것보다 미세한 진동까지 잡아내게 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면 한반도가 결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에는 도성의 성벽이 무너지고 집채가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지진이 여러 차례 기록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의 계기 관측상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수도권 지역이 역사적으로는 큰 지진이 빈번했던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서울이 위치한 경기육괴는 매우 단단한 암반 지형으로, 에너지가 축적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임계점에 도달하면 매우 파괴적인 지진을 일으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40년 남짓한 짧은 현대 관측 기록에 의존하기보다 수백 년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며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강연] 명종대왕을 반성케 한 지진 (2) _ 홍태경 교수 | 2016 가을 카오스 강연 '지구인도 모르는 지구' 5강](https://i.ytimg.com/vi_webp/-c-UtKkt-TU/maxresdefaul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