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인터뷰] 김근수 ─ 네이처에 게재될 발견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
고체물리학은 물질 내부의 양자 현상을 탐구하고 이를 제어하는 학문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2차원 물질인 그래핀과 포스포린은 원자 수준으로 얇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기적 특성에서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래핀은 전기가 매우 잘 통하는 도체에 가깝지만 전기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포스포린은 반도체적 특성을 지녀 트랜지스터 활용에 유리합니다. 다만 포스포린은 산화에 취약하고 대면적 양산이 어렵다는 기술적 난제가 남아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리학자들은 특정 물질의 상용화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보편적인 물리 법칙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물질은 일종의 도구이며, 그 안에서 발견된 원리가 다른 물질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닙니다. 이는 인류가 도구를 발전시켜 온 역사와 맥을 같이합니다. 과거의 돌멩이가 현대의 반도체로 진화했듯, 2차원 반도체 연구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저전력 고성능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됩니다. 결국 물질 연구는 인간의 도구를 목적에 맞게 최적화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자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유사스핀'은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는 실제 스핀은 아니지만 물질 속에서 스핀과 동등한 효과를 내는 현상으로, 그래핀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과학자에게 가장 큰 희열은 이러한 복잡한 현상들이 하나의 명쾌한 원리로 통합되는 찰나에 찾아옵니다. 단순히 논문이 게재되는 기쁨을 넘어, 오랜 고민 끝에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결론이 도출되는 정신적 카타르시스는 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됩니다. 이러한 순간은 과학을 단순한 문제 풀이가 아닌 창의적 예술의 영역으로 격상시킵니다. 연구의 길은 결코 화려한 꽃길만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경쟁 속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개인적인 희생이 수반됩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줄여가며 주말에도 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현실은 때로 무거운 고민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특히 다음 세대 연구자인 학생들이 교수의 치열한 삶을 보고 회의감을 느낄 때면 연구자로서의 책임감과 고뇌는 더욱 깊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과학자를 탄생시키는 과정과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즐거움은 그 모든 고단함을 상쇄할 만큼 가치 있는 일입니다. 최근의 연구는 완벽한 결정 구조를 넘어 자연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무질서 효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결함이 없는 완벽한 물질을 상상하지만, 실제 물질은 항상 무질서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무질서가 전자의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포스포린이라는 물질을 통해 자연의 근원적인 질문에 다가가는 이 과정은 여태껏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보편적인 물리 법칙을 향한 이러한 탐구는 기초과학의 본질을 지키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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