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빛, 색을 밝히다 (3) _석현정 교수 | 2015 가을 카오스 강연 '빛 색즉시공' 10강 | 10강 ③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산타클로스의 빨간 옷과 후덕한 이미지는 사실 1930년대 코카콜라의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성 니콜라우스라는 실존 인물의 신화에 브랜드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입혀 대중의 무의식 속에 각인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색은 단순한 시각 정보를 넘어 우리의 욕망을 자극하고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감성적 도구로 작용합니다. 특정 색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갈증을 느끼거나 특정 제품을 소비하고 싶어지는 현상은 색이 인간의 인지와 감정에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인류가 빨간색 계열에서 강한 식욕을 느끼는 현상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과거 인류는 푸른 잎사귀 사이에서 잘 익은 빨간 과일을 찾아내야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며, 이러한 시각적 자극이 맛과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이 유전적으로 각인된 결과입니다. 반면 자연계에서 파란색이나 보라색은 독이 있거나 덜 익은 상태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 본능적인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본능은 현대의 식품 산업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하며, 수많은 음식 브랜드가 빨간색을 로고로 채택하는 과학적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색에 대한 반응은 인류 공통의 본능도 존재하지만, 개인이 자라온 환경과 문화적 경험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매운맛'을 상징하는 색을 고를 때 한국인은 빨간색을 떠올리지만, 겨자나 고추의 종류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보라색이나 올리브색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또한 특정 국가의 국기를 보며 느끼는 감정 역시 그 나라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나 개인적인 추억에 따라 긍정에서 부정으로 급격히 변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색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시각 자극을 넘어 개인의 삶과 기억이 투영된 복합적인 심리 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역색은 그 땅의 토양과 자연환경에서 시작되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적 유산으로 완성됩니다. 에스키모인이 눈의 상태에 따라 수십 가지의 흰색 이름을 사용하는 것처럼, 색은 생활 양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이론을 실무에 적용하여 '서울색'을 지정한 바 있습니다. 해치택시의 꽃담황토색이나 공공시설물의 기와진회색은 서울의 토양과 전통 건축물의 색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입니다. 이는 색채 이론이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시민들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색은 시각에 국한되지 않고 소리, 맛, 촉감 등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는 놀라운 역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화가 몬드리안이 뉴욕의 경쾌한 음악인 '부기우기'를 듣고 이를 시각적인 리듬감으로 표현해낸 것처럼, 색은 청각적 즐거움을 시각적 예술로 승화시키는 매개체가 됩니다. 우리는 색을 통해 세상을 더 풍요롭게 인지하며, 일상의 평범한 공간을 따뜻하고 멋지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단순히 빛의 반사를 보는 것을 넘어 색이 전달하는 다양한 감각적 메시지에 귀를 기울인다면,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다채롭고 흥미로운 경험들로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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