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제30회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공개강연_'과학이 다시 연결하는...' (1) by 곽지현, 채민우 l 서울대학교&카오스재단 | 1부
과학은 단순히 고립된 지식의 파편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을 하나로 묶어주는 거대한 연결 고리입니다. 과거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들이 정치학자이자 식물학자였던 것처럼, 학문의 뿌리는 본래 하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학문이 세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개인의 삶부터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연결의 관점은 우리가 직면한 팬데믹이나 기후 위기 같은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3차원 공간 속에 존재하며,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길을 찾고 공간을 탐색합니다. 이러한 공간 인지 능력은 단순히 경험을 통해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 속에 본능적으로 내재된 지각 능력입니다. 뇌의 해마와 내후각 피질은 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일종의 '뇌 속 내비게이션'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시스템 덕분에 우리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장소를 찾아가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뇌 속의 위치 결정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마의 '장소세포'와 내후각 피질의 '격자세포'가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합니다. 장소세포는 우리가 특정한 위치에 있을 때만 활성화되어 공간의 지도를 그리며, 격자세포는 정육각형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발화하여 공간의 좌표를 제공합니다. 이 세포들은 마치 스마트폰의 GPS처럼 작동하며, 2차원 평면뿐만 아니라 3차원의 입체적인 공간 정보까지 정교하게 처리합니다. 이러한 발견은 우리가 공간을 인식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밝혀내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뇌과학의 이러한 성과는 질병 치료와 공학적 응용이라는 새로운 연결점으로 확장됩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인 길 찾기 장애는 해마와 내후각 피질의 세포 사멸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함으로써 치매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뇌의 효율적인 정보 처리 방식을 모사하여 적은 에너지로도 정교하게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이나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생물학적 지식은 첨단 기술의 발전과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배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속에도 데이터 과학과 경영 과학의 정교한 연결이 숨어 있습니다. 데이터 과학이 방대한 과거 기록으로부터 유용한 지식을 추출한다면, 경영 과학은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수많은 주문을 어떤 배달원에게 할당할지, 예상 배달 시간을 어떻게 산출할지 등의 문제는 단순한 계산을 넘어선 과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업은 이러한 융합적 사고를 통해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현상을 단순화된 수식으로 모델링합니다. 경영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익 최대화나 비용 최소화의 문제는 수학적인 최적화 과정을 거쳐 해답을 찾게 됩니다. 이때 데이터 과학은 날씨, 요일, 프로모션 등 다양한 변수가 배달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확률적으로 분석하여 모델의 정확도를 높여줍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량화하는 과정은, 현대 산업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과학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과학의 진보란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낼 때 비로소 획기적인 도약을 이뤄냅니다. 뇌과학과 공학의 만남, 혹은 통계학과 경영학의 융합처럼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는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혁신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작은 과학적 발견이 장기적으로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듯,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 정신은 미래를 밝히는 내비게이션이 됩니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다시 연결됨으로써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당면한 도전들을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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