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우미우미 : 우주의 미래, 우리의 미래 (1) _ by임명신 | 2017 가을 카오스 강연 '미래과학' 9강 | 9강 ①
밤하늘을 수놓는 은하수는 우리 은하의 단면입니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풍경도 수십억 년 뒤에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안드로메다 은하와 우리 은하는 현재 서로를 향해 다가오고 있으며, 약 70억 년 후에는 두 은하가 충돌하여 하나의 거대한 타원 은하로 합쳐질 것입니다. 이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 지극히 자연스러운 진화의 과정이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태양계와 지구의 운명 또한 이러한 거대한 우주의 흐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우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는 팽창에 있습니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우주가 정지해 있지 않고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었던 '빅뱅'의 순간에 도달하게 됩니다. 약 138억 년 전 시작된 이 거대한 팽창은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광활한 우주를 만들어낸 근원적인 힘입니다. 우주의 미래가 어떻게 결정될지는 그 안에 담긴 물질의 양에 달려 있습니다. 물질이 많아 중력이 강하다면 팽창이 멈추고 다시 수축하는 '닫힌 우주'가 될 것이고, 물질이 적다면 영원히 팽창하는 '열린 우주'가 될 것입니다. 현대 과학은 우주가 그 중간 형태인 '평평한 우주'에 가깝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눈에 보이는 별과 은하의 질량만으로는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여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들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은하 내부의 별들이 회전하는 속도를 관찰하면 기이한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은하 외곽의 별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하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중력을 행사하는 '암흑 물질'이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암흑 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 에너지의 약 23%를 차지하며, 은하를 하나로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뼈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보통 물질은 고작 4%에 불과합니다. 1990년대 후반, 과학자들은 제1a형 초신성을 관측하던 중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원동력을 '암흑 에너지'라고 부릅니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 전체의 약 73%를 차지하는 거대한 힘으로, 중력에 반하는 척력처럼 작용하여 은하들을 서로 밀어냅니다. 이 발견은 현대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으며,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로 이어졌습니다. 암흑 에너지가 지배하는 우주의 미래는 다소 쓸쓸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가속 팽창이 계속된다면 주변 은하들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멀어져 결국 우리 시야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수조 년의 시간이 흐르면 별을 만들 재료가 고갈되고, 남아있는 별들도 차례로 소멸하여 블랙홀에 흡수될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블랙홀마저 증발하여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무(無)의 상태, 즉 열적 죽음에 이르는 것이 현재의 표준 우주론이 예측하는 우주의 종말입니다. 하지만 우주의 운명이 이토록 허무하게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암흑 에너지의 정체가 우주 상수인지, 아니면 시간에 따라 성질이 변하는 '제5원소(Quintessence)'인지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암흑 에너지의 밀도가 변한다면 우주는 다시 수축하거나 또 다른 형태의 진화를 겪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인류는 이제 막 우주의 비밀을 엿보기 시작했을 뿐이며, 정밀한 관측과 연구를 통해 밝혀질 새로운 사실들이 우주의 미래를 다시 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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