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짧강] 우연과 필연 _ by김항배|2019 봄 카오스강연 '기원, 궁극의 질문들' 2강
우리가 이 광활한 우주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필연적인 결과일까요? 현대 과학은 우리가 존재하게 된 과정을 물리 법칙의 관점에서 탐구하며 이 질문에 답하려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6,5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이 없었다면 공룡은 멸종하지 않았을 것이고, 인류의 번성 또한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겉보기에 극히 낮은 확률로 일어난 우연처럼 보이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단순한 운으로 치부하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원리를 찾고 이를 필연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자 합니다. 물리학에서 우연이란 대개 정보의 부족이나 관측의 한계에서 비롯된 확률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여 모든 변수를 추적할 수 없거나, 양자역학적 미시 세계의 근원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사건을 확률로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목표는 이러한 우연을 필연적인 논리로 설명하는 데 있습니다. 생명체의 진화가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에서 시작되지만 환경이라는 통제 기제를 통해 일정한 방향성을 갖게 되듯, 우주의 탄생과 진화 역시 무작위성 속에서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낮은 확률의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전략은 바로 '무한한 시행'입니다. 우리 우주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실제로 구현되었을 것이라는 다중우주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무리 일어날 법하지 않은 사건이라도,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가 실제로 어딘가에서 실현되고 있다면 우리가 존재하는 이 우주는 더 이상 기적이 아닌 당연한 결과가 됩니다. 물리학자들은 복잡한 인간이나 거대한 우주를 단순화된 모형으로 분석하며, 그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요동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물리 법칙의 필연성을 도출해냅니다. 다중우주의 개념은 그 깊이에 따라 여러 단계로 분류됩니다. 동일한 물리 법칙을 공유하는 복사본 우주부터, 기본 상수나 물리 법칙 자체가 완전히 다른 우주, 그리고 양자역학적 관측에 의해 끊임없이 갈라지는 다세계 해석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특히 초끈이론은 다양한 진공 상태를 통해 인류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비록 이러한 다중우주를 직접 관측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는 현대 물리학이 직면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가장 최첨단의 논리적 답변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경계 너머에는 무엇이 존재할까요? 현재의 관측 기술로는 465억 광년이라는 한계가 존재하지만, 실제 우주는 그보다 훨씬 거대하거나 심지어 무한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라고 부르는 미지의 영역에도 우리 세계만큼이나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가 펼쳐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주를 이해하려는 여정은 결국 우연처럼 보이는 현상들 속에서 보편적인 필연성을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비록 모든 질문에 대한 완벽한 답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이러한 탐구는 존재의 근원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위대한 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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