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과학관 2024년 2회(4월) 과학스쿨 : 눈 깜짝할 시간보다 훨씬 짧은 빛, 아토초 펄스
아토초는 10의 18제곱분의 1초라는 찰나의 시간 단위를 의미합니다.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은 이 극한의 시간 영역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길을 연 세 명의 과학자에게 수여되었습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라우스, 그리고 안 륄리에는 빛을 이용해 아토초 단위의 짧은 펄스를 생성하고 측정하는 실험적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인류가 미시 세계의 역학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음을 상징하며, 현대 과학의 지평을 한 단계 넓혔다고 평가받습니다. 원자 내부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이온화 과정은 마치 골짜기를 지나는 축구공의 움직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평평한 지면을 구르는 공보다 깊은 계곡을 지나는 공이 가속을 받아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듯, 원자핵의 인력을 이겨내고 방출되는 전자 역시 미세한 시간 차이를 보입니다. 계산에 따르면 이 차이는 불과 몇 아토초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일상에서는 인지조차 불가능한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그 현상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 동안만 반짝이는 특수한 도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초고속 현상을 기록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사진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합니다. 과거 말이 달릴 때 네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연달아 터뜨렸던 마이브리지의 실험은 현대 초고속 촬영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기계적 셔터나 전기적 센서는 나노초 이하의 벽을 넘기 어려웠고, 더 정밀한 관측을 위해 과학자들은 레이저에 주목했습니다. 레이저는 파동의 결이 일정하고 여러 색의 빛을 겹쳐 아주 짧은 순간에만 강한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는 독특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펨토초 레이저의 등장은 분자가 결합하고 분리되는 화학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펨토 화학 시대를 열었습니다. 제라르 무루가 개발한 CPA(처프 펄스 증폭) 기술은 레이저 장치의 손상 없이 빛의 세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렸고, 이는 더 짧은 펄스를 만드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10의 15제곱분의 1초인 펨토초조차 원자 내부 전자의 움직임을 기술하기에는 여전히 긴 시간입니다. 과학자들은 펨토초의 벽을 깨고 아토초 영역으로 진입하기 위해, 강한 레이저 전기장이 원자와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비선형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안 륄리에 교수는 원자에 강력한 레이저를 쏘았을 때 파장이 매우 짧은 고차 조화파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전자가 원자에서 떨어져 나갔다가 레이저 전기장에 의해 가속된 뒤 다시 원자핵과 충돌하며 에너지를 빛으로 방출하는 과정입니다. 이 고차 조화파는 여러 주파수의 빛이 정교하게 중첩되어 있어, 적절한 조건만 갖춰진다면 아토초 단위의 짧은 펄스를 형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집니다. 이 발견은 빛을 도구 삼아 시간의 가장 작은 조각을 깎아내는 여정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발견된 고차 조화파를 실제 측정 가능한 아토초 펄스로 구현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는 일련의 펄스들이 이어지는 '펄스 열'을 최초로 측정하여 아토초의 실체를 증명해냈습니다. 이어 페렌츠 크라우스는 레이저 파동의 꼭대기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도입하여, 여러 개의 펄스 중 단 하나만을 골라내는 '단일 아토초 펄스' 생성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정밀한 제어 기술 덕분에 과학자들은 마치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듯 전자의 찰나 같은 움직임을 한 장면씩 정지 화면으로 포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토초 기술의 완성은 네온 원자의 이온화 지연 시간을 실제로 측정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론적으로 예측되었던 3아토초의 미세한 시간 차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한 것은, 인류가 자연계의 가장 근본적인 물리량을 직접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짧은 시간을 측정하는 기술적 승리를 넘어, 양자 역학적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함으로써 물질의 성질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과학적 한계를 확장하려는 탐구 정신이 일구어낸 위대한 결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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