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메타버스, 디지털세상, 그리고 뇌 by장동선ㅣ2021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세번째 | 3강
뇌과학의 관점에서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이버네틱스'라는 학문의 뿌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어 '키베르네테스'에서 유래한 이 분야는 인간의 뇌가 몸을 조종하거나 기계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생물학적으로 탐구합니다. 기초과학 연구의 산실인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는 인간의 행동과 뇌의 변화, 그리고 이를 인공지능에 적용하는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우리가 가상 세계를 어떻게 인지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메타버스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1950년대부터 이어진 사이버네틱스의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철학을 대체할 학문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지나친 낙관론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한때 '겨울'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로봇공학, AI, 복잡계 연구를 묵묵히 이어왔습니다. 1992년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이제 단순한 상상을 넘어 현실과 가상이 정교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시대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가상현실, 증강현실, 거울 세계, 라이프로깅의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가상현실이 게임과 같은 디지털 공간을 의미한다면, 증강현실은 실제 세상 위에 정보를 덧입히는 기술입니다. 거울 세계는 내비게이션처럼 현실을 디지털로 복제한 공간이며, 라이프로깅은 우리의 일상 데이터를 온라인에 기록하는 행위입니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우리 뇌는 이미 외부의 자극을 전기 신호로 처리하여 세상을 인지하므로, 이러한 가상 세계를 받아들이는 데 매우 익숙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모든 행동과 취향은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되어 '휴먼 디지털 피놈'을 형성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데이터의 총합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예측하는 핵심 자원이 됩니다. 미래의 기업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개인의 운명이나 선택을 정교하게 읽어내려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는 메타버스 공간이 단순한 놀이터를 넘어, 인간이라는 존재를 규정하고 예측하는 거대한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메타버스의 본질은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인터넷'이자, 우리의 몸과 공간을 직접 사용하는 '체화된 인터넷'에 있습니다. PC와 스마트폰이 연결의 혁신을 가져왔다면, 이제는 안경이나 헤드셋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정보를 직접 경험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키보드나 터치스크린 대신 손동작과 뇌 신호를 사용하여 디지털 세상과 소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이 하드웨어 경쟁에 뛰어든 이유도 바로 이 판도가 바뀌는 지점을 선점하기 위해서입니다. 기술의 발전 이면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들도 산재해 있습니다. 메타버스를 누가 제어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거버넌스 문제부터, 기술로부터 소외되는 '디지털 격차' 현상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기도 했습니다. 메타버스가 현실로부터의 도피처가 될 것인지, 아니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인지는 기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습니다. 수만 년의 시간 동안 인류의 뇌는 생물학적으로 거의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화려하게 변해도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조건인 자율성, 성취감, 연결감은 변하지 않는 본질입니다.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데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기술을 통해 더 나은 연결과 성장을 꿈꾸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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