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과학] 살아있는 식물계의 공룡, 은행나무식물🦖🍂_ EP.11 (식물의 시간#6)
생물 분류의 기초를 닦은 칼 폰 린네의 이명법에 따르면,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으로 불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속한 '사람과'부터는 오직 우리 종만이 유일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호랑이조차 여러 종이 남아 있고, 국화과 식물은 수만 종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과거에는 인류와 유사한 다른 종들이 존재했으나 현재는 모두 멸종하여, 생물학적 관점에서 인간은 상당히 외로운 위치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식물의 세계에는 인간보다 훨씬 더 고독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은행나무입니다. 은행나무는 분류학적으로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무려 '문' 단위에서부터 단 하나의 종만이 존재합니다. 즉, 은행나무문, 은행나무강, 은행나무목, 은행나무과, 은행나무속에 속하는 생물은 오직 은행나무뿐입니다. 인간이 속한 척삭동물문이 6만 종이 넘고 속씨식물문이 35만 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생태계에서 기적에 가까운 고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약 3억 년 전 고생대 말에 처음 출현하여 중생대에 번성했던 고대 식물입니다. 겉씨식물의 일종인 은행나무는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의 친척으로 분류되는데, 잎의 진화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실제로 침엽수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재 겉씨식물 전체 종수가 1,000여 종에 불과해 속씨식물에 밀려난 형국이지만, 그중에서도 은행나무는 수억 년의 세월을 견디며 독자적인 계보를 이어왔습니다. 이러한 끈질긴 생명력 덕분에 우리는 공룡 시대의 흔적을 오늘날에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입니다. 야생에서 스스로 번식하는 자생지가 거의 발견되지 않아, 사실상 인간의 도움 없이는 종의 유지가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은행 열매를 먹고 씨앗을 퍼뜨려 주던 매개 동물이 존재했으나, 그들이 멸종하면서 은행나무 또한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다행히 인류라는 새로운 매개자를 만나 가로수와 정원수로 널리 퍼지게 되었으니, 은행나무 입장에서 인간은 종의 생존을 책임지는 가장 고마운 파트너인 셈입니다. 은행나무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놀라운 적응력과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줄기가 죽어도 다시 싹을 틔우고, 열대와 한대를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 강인함은 이들이 왜 '살아있는 전설'인지를 증명합니다. 최근에는 DNA 분석을 통해 어린 묘목 단계에서 암수를 구별할 수 있게 되어, 가로수 악취 문제도 과학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천 년의 세월을 버티며 역사를 지켜온 용문사 은행나무처럼, 이 고귀한 식물은 단순한 나무를 넘어 지구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우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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