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리뷰] 뇌 커넥톰, 마음을 볼 수 있을까? by이준호 | 2017 가을 카오스 강연 '미래과학' 3강
뇌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장기입니다. 단순히 세포들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신경세포 연결의 총합을 '커넥톰'이라고 부르며, 이는 유전자의 총합인 게놈처럼 뇌가 수행하는 모든 기능의 설계도와 같습니다. 이 정교한 연결망을 분석하는 것은 생명체의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밝혀내는 핵심적인 과정이며, 뇌과학 연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현대 과학은 MRI 기술을 활용해 뇌의 활동을 시각화하고, 사람이 무엇을 보고 생각하는지 유추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특정 사물을 볼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을 기록하여 일종의 '뇌 신호 사전'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비록 아직은 재구성된 영상이 다소 흐릿하고 완벽하지 않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놀랍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뇌의 신호만으로도 타인의 마음을 읽거나 시각적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인간 뇌의 1,000억 개에 달하는 신경세포를 모두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훨씬 단순한 구조를 가진 '예쁜꼬마선충'에 주목합니다. 이 생물은 몸길이가 1mm에 불과하며, 전체 세포 수가 1,000개도 되지 않습니다. 그중 신경세포는 단 302개뿐이지만, 먹이를 찾고 짝짓기를 하는 등 생존에 필요한 고도의 행동을 모두 수행합니다. 단순한 시스템을 통해 복잡한 뇌의 기본 원리를 파악하려는 전략적인 접근인 셈입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예쁜꼬마선충 연구는 20여 년의 노력 끝에 302개 신경세포의 연결망을 완전히 규명해냈습니다. 1mm의 선충을 아주 얇게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하고, 수만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신경세포 하나하나의 위치와 연결 상태를 파악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약 8,000개의 시냅스로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커넥톰 지도가 완성되었습니다. 비록 아주 작은 벌레의 뇌일지라도, 그 속에 담긴 정교한 연결 구조는 생명체의 마음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하지만 현재의 커넥톰 지도는 물리적으로 연결된 '유선' 통신망에 집중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 뇌 안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이 멀리 퍼져 나가며 정보를 전달하는 '무선' 통신도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보이지 않는 이 무선 연결망까지 모두 이해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뇌 지도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벌레의 마음에서 시작된 탐구는 이제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러한 도전은 인간 존재의 근원인 뇌의 신비를 푸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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