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Acts of a Darwin’s Apostle [다윈 사도 행전] _ by최재천 ㅣ 2022 가을 카오스강연 '진화' 10강 | 10강
진화라는 학문은 단순히 생명의 역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진화를 공부하며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됩니다. 여기서 더 나은 사람이란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이 아니라, 생명의 공생 원리를 이해하고 타자에게 더 다정한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서구 사회에서 찰스 다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한국에서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낮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은 단순한 과학 이론을 넘어 인류의 사고방식을 송두리째 바꾼 위대한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오랫동안 다윈의 사상을 깊이 있게 수용하지 못한 '다윈 후진국'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다윈의 저서들을 제대로 번역하고 그의 이론을 대중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과학계의 거두인 제임스 왓슨과 에드워드 윌슨의 일화는 진화론이 가진 통합의 힘을 잘 보여줍니다. 분자생물학과 자연주의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걷던 두 천재는 한때 극심한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왓슨은 윌슨이 연구하는 생물 다양성과 진화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화해를 청했습니다. 이는 미시적인 유전자 연구와 거시적인 생태 연구가 결국 다윈이라는 거대한 줄기 아래에서 하나로 만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다윈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원전을 정확하게 읽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다윈 특유의 만연체 문장과 방대한 분량은 번역가들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한국의 학자들은 '다윈 포럼'을 결성하여 《종의 기원》을 비롯한 주요 저서들을 현대적인 언어로 다시 번역하는 고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 사회가 다윈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학문적 토대가 되었으며, 대중이 진화론의 정수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많은 이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했습니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생명 현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처음에는 다소 충격적이고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관된 논리 체계는 복잡한 세상의 문제들을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유전자 렌즈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행동과 사회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며, 이는 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꾸는 지적인 희열을 선사합니다. 진화론의 진정한 가치는 상아탑을 넘어 우리 삶의 현장에 적용될 때 빛을 발합니다. 통섭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진화학은 의학, 사회학, 심지어 법률 분야에까지 깊은 영감을 줍니다. 호주제 폐지 과정에서의 진화론적 변론이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생태 백신' 개념은 그 좋은 예입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곧 인류를 보호하는 길이라는 깨달음은 진화론이 우리에게 주는 실천적인 지혜입니다. 이는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합니다. 진화론을 깊이 공부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허무주의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해탈과 같은 평온함을 줍니다. 우리가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삶에 충실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생명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고 다정하게 살아가게 하는 숭고한 철학적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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