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양자역학: 거시 양자 현상과 양자컴퓨터_by 박권 | 고등과학원&카오스재단 '2025 노벨상 해설강연'
양자역학은 흔히 원자와 분자 같은 미시 세계의 물리 법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의 연구는 이러한 미시적 현상이 어떻게 거대한 현실 세계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시스템이 양자역학적 성질을 유지할 때, 우리는 이를 거시 양자 현상이라 부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확률의 흐름을 나타내는 도구인 양자 시계의 위상과 진폭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것이 입자가 어디에 존재할 확률이 높은지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열쇠가 되기 때문입니다. 양자역학의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이중 슬릿 실험입니다. 입자인 전자가 두 개의 문을 동시에 통과하여 간섭 무늬를 만들어내는 현상은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전자는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기에, 마치 스스로를 분신처럼 쪼개어 양쪽 문을 한꺼번에 통과하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이때 각각의 분신이 가진 양자 시계의 위상이 합쳐지면서 상쇄되거나 보강되는데, 이것이 스크린에 특유의 줄무늬를 남기게 됩니다. 이러한 중첩 현상은 양자역학이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자연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임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입니다. 양자역학이 없다면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조차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고전 역학의 관점에서 전자는 원자핵 주변을 돌며 전자기파를 방출하고 에너지를 잃어 핵으로 추락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보어의 원자 모형은 전자가 띄엄띄엄 떨어진 특정 궤도에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화' 개념을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전자가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왔을 때 양자 시계의 위상이 정확히 원래 방향과 일치해야만 사라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최소 궤도가 보장됨으로써 원자는 안정성을 유지하며,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거대한 세상을 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초전도 현상은 거시 양자 현상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이 현상은 전자의 독특한 집단행동에서 비롯됩니다.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 환경에서 전자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통해 '쿠퍼 쌍'이라는 짝을 이루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개별 전자가 제각각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내의 모든 전자가 가진 양자 시계의 위상이 하나로 동기화된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전자가 마치 거대한 군대처럼 발맞추어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불순물이나 장애물에도 방해받지 않고 저항 없이 전류가 흐를 수 있는 것입니다. 초전도체는 저항이 0일 뿐만 아니라 외부 자기장을 밀쳐내는 마이스너 효과라는 독특한 특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자석이 초전도체 위에서 붕 뜨게 만드는 신기한 현상을 일으킵니다. 외부의 자기장은 초전도체 내부에 정렬된 전자의 양자 시계 위상을 뒤틀려고 시도하지만, 동기화된 전자들은 이를 거부하기 위해 자체적인 전류를 발생시켜 내부로 들어오는 자기장을 상쇄시킵니다. 결과적으로 초전도체는 거시적인 규모에서도 양자역학적 질서를 유지하며 자석을 공중에 띄우는 기적 같은 현상을 현실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특성은 양자역학이 우리 눈앞에서 만질 수 있는 현상으로 나타남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거시 양자 현상을 응용한 것이 바로 조셉슨 접합입니다.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절연체를 끼워 넣으면, 고전적으로는 전류가 흐를 수 없지만 양자역학적인 '터널링'을 통해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특히 이번 성과의 핵심인 거시 양자 터널링은 시스템 전체의 상태가 장벽을 뚫고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조셉슨 접합 회로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인공 원자처럼 기능하며, 에너지 준위가 띄엄띄엄 양자화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기울어진 빨래판 위에서 입자가 굴러떨어지듯 에너지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 현상은 양자 제어를 위한 핵심적인 물리적 토대가 됩니다. 조셉슨 접합을 통해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를 조절하면 우리는 현대 과학의 결정체인 양자 컴퓨터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고전 컴퓨터가 0과 1이라는 확정된 비트를 사용한다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인 '큐비트'를 정보의 단위로 삼습니다. 초전도 회로 내에서 전자의 진폭과 양자 시계의 위상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복잡한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양자역학적 원리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거시적 회로에 담아낸 이 기술은 미래의 계산 능력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의 법칙이 이제 인류의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거대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강연]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양자역학: 거시 양자 현상과 양자컴퓨터_by 박권 | 고등과학원&카오스재단 '2025 노벨상 해설강연'](https://i.ytimg.com/vi/YR9d_TreiWM/maxresdefault.jpg)

![[강연] 초전도체가 만든 세상, 펼치는 미래_by김기훈 l 31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_"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https://i.ytimg.com/vi/f8LbbvP_ZKg/maxresdefault.jpg)
![[강연] 양자역학의 결정판, 초전도 현상_by김창영 / 2023 가을 카오스강연 'INCREDIBLE QUANTUM' 10강](https://i.ytimg.com/vi/MVLmMyBHhoI/maxresdefault.jpg)
![[용어사전] 아바타 속 '언옵테늄'! 꿈의 물질 상온 초전도체에 대해_초전도체(superconductor)](https://i.ytimg.com/vi_webp/ERIDg4Cpt-k/maxresdefault.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