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수학과 생물학의 아름다운 만남, 수리생물학 (3) _ by김재경 | 2018 봄 카오스 강연 '모든 것의 수數다' 7강 | 7강 ③
생체 시계의 핵심인 피리어드 단백질은 인산화라는 과정을 통해 분해됩니다. 이 과정은 마치 고속도로와 정체된 도로처럼 두 가지 경로로 나뉘는데, 어느 위치에 인산화가 일어나는지에 따라 단백질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특정 위치에 인산화가 되면 단백질 구조가 급격히 변하며 즉각 분해되는 '시한폭탄' 같은 역할을 하고, 다른 위치에서는 완만한 변화를 거쳐 천천히 분해됩니다. 이러한 인산화 스위치 모델은 생체 시계가 일정한 주기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원리를 설명해 줍니다. 복잡한 미분 방정식을 통해 구현된 이 모델은 실제 실험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계단 모양의 곡선을 완벽하게 재현해냈습니다. 특히 온도가 변해도 생체 시계의 주기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온도 보상' 원리를 수학적으로 밝혀낸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화학 반응이 느려지지만, 인산화 스위치가 분해 경로의 비율을 조절하여 전체적인 속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지난 60년간 생명과학계의 미스터리였던 현상을 수학적 통찰로 풀어낸 쾌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체 시계는 외부의 빛 정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끊임없이 동기화됩니다. 해외여행 시 겪는 시차 적응 문제는 한국 시간에 맞춰진 내부 시계와 현지의 외부 빛 정보가 충돌하며 발생합니다. 보통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스스로 조절되기에 완전한 적응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수학적 모델링을 활용하면 최적의 빛 노출 시간을 계산해 적응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빛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우리 몸의 시계 장치를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외부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생체 시계의 불균형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 암, 당뇨, 우울증 등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교대 근무자나 노화로 인해 시계 기능이 약해진 경우 이러한 위험에 더 노출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시간에 약물을 투여하여 시계를 조절하는 '시간 요법(크로노테라피)'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항암제나 예방 접종조차 투여 시간에 따라 효과가 수배 이상 차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몸이 24시간 내내 동일한 상태가 아님을 시사하며 시간 중심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수학자와 물리학자, 의학자가 협력하는 '어벤져스' 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생체 시계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은 투여 시점에 따라 효과가 극명하게 달라지며, 때로는 외부의 빛 정보와 약물이 서로 충돌하며 복잡한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빛이 약물의 효과를 상쇄하려는 현상이 관찰된 것처럼, 생체 시스템은 매우 정교한 항상성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미래 정밀 의료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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