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리뷰] 수학과 생물학의 아름다운 만남, 수리생물학 _ by김재경|2018 봄 카오스 강연 '모든 것의 수數다' 7강
우리 몸은 '서캐디언 리듬'이라 불리는 약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에 따라 움직입니다. 라틴어로 '대략 하루'를 뜻하는 이 리듬은 우리가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고픔을 느끼고 잠에 들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밤 9시경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우리를 잠으로 인도하며, 성장 호르몬 역시 밤 10시경 집중적으로 분비되어 청소년기 성장에 기여합니다. 이러한 호르몬의 변화는 우리 몸이 단순히 외부 환경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인 시간표에 따라 정교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어떻게 시간을 인지하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뇌의 시교차 상핵(SCN)이라는 작은 부위에서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이곳에는 '생체 시계'가 존재하며, '피리어드 유전자'가 24시간 주기로 발현과 감소를 반복하며 시계의 시침 역할을 합니다. 이 유전적 진동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지속되며, 신체의 다른 기관들에 현재 시각과 수행해야 할 과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즉, 우리 뇌 속에는 물리적인 시계 없이도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생물학적 장치가 내장되어 있는 셈입니다. 생체 시계가 24시간 주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음성 피드백 루프'라는 메커니즘에 있습니다. 특정 단백질이 생성되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스스로의 생산 과정을 억제하고, 다시 양이 줄어들면 억제가 풀려 생산이 재개되는 순환 구조입니다. 이 발견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로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포 내에는 수많은 피드백 루프가 존재함에도 왜 유독 생체 시계만이 안정적인 진동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의문이 남았습니다. 이는 생물학적 현상을 넘어 수학적 분석이 필요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학자들은 미분방정식을 통해 생체 시계의 비밀을 풀고자 했습니다. 복잡한 생물학적 반응을 수식으로 단순화하여 분석한 결과, 특정 단백질 간의 비율이 약 1:1을 유지할 때만 안정적인 24시간 주기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유전자 조작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비율을 인위적으로 무너뜨리자, 쥐의 수면 패턴이 완전히 무작위로 변하며 생체 시계가 고장 나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수학적 모델링이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생명 현상의 핵심적인 원리를 예측하고 증명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생체 시계 연구는 시차 적응이나 교대 근무자의 건강 관리, 그리고 노화에 따른 수면 장애 해결을 위한 신약 개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약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약물을 투여하는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시간 약리학' 분야에서 수학적 모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수학자는 의과대학의 교수가 되기도 하며, 복잡한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생명과학과 수학의 융합은 질병의 원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미래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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