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김근수 교수 _ 반도체의 양자 도약을 꿈꾸며
현대 기술의 핵심인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양자 도약'이라는 거대한 혁신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과거 양자 현상은 물리학이라는 기초 학문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주제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양자 컴퓨터나 양자 암호 기술처럼 실질적인 기술적 혁신으로 이어지며 우리 실생활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물질 속에 숨겨진 미세한 양자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미래 기술의 향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내부에는 마이크로칩이라는 정교한 부품이 존재하며, 그 안을 들여다보면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한 트랜지스터들이 빽빽하게 집적되어 있습니다. 1947년 세 명의 물리학자에 의해 처음 발명된 트랜지스터는 초기에는 손바닥만 한 덩어리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일 크기로 작아졌습니다. 이 작은 소자들은 전압을 제어하여 0과 1이라는 디지털 신호를 만들어내며 현대 정보화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비트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현대 기술이 빛을 구성하는 광자보다 전자라는 입자를 주로 활용하는 이유는 인간이 전자를 다루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기장과 자기장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무기 삼아 전자의 흐름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으며, 이 전자의 흐름이 곧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신호이자 전류가 됩니다. 물질은 수많은 원자의 배열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는 활용 가능한 전자가 가득 차 있습니다. 따라서 고체 물질은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한 마치 거대한 수조와 같은 최적의 보고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미시 세계의 전자는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으며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독특한 특징을 보입니다. 특히 고체 내의 전자는 아무 에너지나 가질 수 없고, 양자역학적 원리에 의해 허용된 영역과 금지된 영역인 '밴드갭'이라는 에너지 장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장벽의 높이에 따라 물질은 도체, 부도체, 반도체로 분류됩니다. 반도체는 이 장벽이 매우 애매하게 설정되어 있어, 외부에서 약간의 힘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전자의 흐름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매우 유용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 비약적으로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은 최근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소자가 너무 작아지면 전자가 에너지 장벽을 그대로 뚫고 지나가는 '양자 터널링 현상'이 발생하여 디지털 신호가 불분명해지고, 전자 간의 잦은 충돌로 인해 기기가 뜨거워지는 발열 문제도 심각해집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전자의 스핀이나 고유한 양자 성질을 100% 활용하여 저항 없이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차원의 '양자 물질' 연구에 집중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전자가 마치 빛처럼 질량이 없는 상태로 빠르게 이동하는 놀라운 효율을 보여주지만, 에너지 장벽인 밴드갭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합니다. 전자를 멈추게 할 장벽이 없으면 디지털 소자인 트랜지스터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최근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물질을 찾는 것을 넘어, 흑린과 같은 물질에 강력한 전기장을 가해 밴드갭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슈타르크 효과'를 고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물질 고유의 성질을 인간의 의도대로 교정하려는 혁신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장벽 자체를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게 되면 기존의 고전적인 방식과는 전혀 다른 물리학적 원리로 동작하는 신개념 양자 소자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나 자율주행, 빅데이터 처리 등 미래 ICT 기술 전반에 걸쳐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올 것입니다. 기초 물리학의 영역에 머물던 양자 현상을 고체 물질 속에서 성공적으로 끌어내어 실용화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결국 인류 기술이 정체기를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양자 도약'을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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