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술술과학] 마음의 기원, 퀄리아 | 카오스 브레인 오디세이(2)
뇌과학은 탐구의 대상인 동시에 주체인 뇌를 다루는 독특한 학문입니다. 우주 과학자들에게 다중 우주가 금기어이듯, 뇌과학자들에게 자아나 의식, 영혼과 같은 단어는 오랫동안 조심스러운 영역이었습니다. 하지만 뇌가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면 우리는 결코 뇌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뇌의 복잡성 덕분에 우리는 이 신비로운 기관을 탐구할 가능성을 얻게 됩니다. 주관적 경험의 실체를 밝히려는 노력은 현대 과학의 가장 거대한 도전이며, 우리는 여전히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뇌라는 현장을 탐색하는 탐정과도 같습니다. 정신의 근원을 찾으려는 노력은 고대부터 뇌와 심장의 대결로 이어져 왔습니다. 히포크라테스와 데모크리토스는 뇌를 지성의 파수꾼으로 보았지만, 플라톤은 정신이 물질과는 별개인 이데아계에 존재한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정신은 뇌와 결별하고 심장에 깃들게 됩니다. 그는 심장을 신체의 아크로폴리스라 부르며 감정과 관념의 발생지로 여겼고, 뇌는 단지 심장의 열기를 식히는 냉각 장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흐름은 중세를 거치며 영혼의 시대로 이어졌고,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여 생각하는 관점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근세에 들어서며 정신의 주도권은 다시 물질과 뇌로 옮겨오기 시작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의식이 뇌와 직결된다고 보았고, 데카르트는 송과체를 영혼의 거처로 지목하면서도 신체와 정신을 분리했습니다. 그러나 스피노자와 존 로크를 거쳐 "나는 육체다, 고로 나는 생각한다"라고 외친 볼테르에 이르러 정신은 신체의 관념으로 정의되었습니다. 19세기 말 오귀스트 포렐은 영혼과 살아있는 뇌의 활동이 하나임을 선언했습니다. 결국 인류의 탐구사는 영혼에서 물질로, 심장에서 뇌로 그 중심점이 이동해 온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열쇠는 '퀄리아(Qualia)'라는 주관적 느낌에 있습니다. 사과의 빨간색은 사과 자체의 속성이 아니라, 700nm의 전자기파를 우리 뇌가 지각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이처럼 오감을 통해 느끼는 모든 감각은 뇌가 만들어낸 주관적 해석입니다. 놀랍게도 고통이나 슬픔, 기쁨과 같은 감정, 그리고 과거의 기억조차도 뇌가 신경 세포의 연결 패턴을 통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환영이자 퀄리아입니다. 언어의 해상도가 감정의 깊이를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 퀄리아는 우리 내면에서 매우 집요하고 생생하게 작동하며 우리의 내면세계를 구성합니다. 노벨상 수상자 제럴드 에델만은 뇌가 만들어낸 이 가상의 세계를 '세컨 네이처(Second Nature)'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토대로 우리 뇌가 재구성한 두 번째 자연이며, 곧 우리의 의식이자 마음입니다. 우리는 외부 세계의 자극에 반응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기억과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합니다. 똑같은 영상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퀄리아를 느끼는 이유는 각자의 자아가 투영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뇌라는 회백질의 정원에서 우리는 영혼이라는 신비로운 나비를 찾는 여정을 계속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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